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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냉전 시대에서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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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냉전 시대에서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3.08.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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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경제학 박사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강력한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금방 점령하고 전쟁은 끝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500일이 지난 지금도 서로 교전 중입니다. 푸틴은 돈바스 지역의 자치권을 인정한 민스크 협정을 젤렌스키가 위반하고 군인들이 수많은 민간인을 죽였기 때문에 주민 보호하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전쟁의 명분을 말했습니다. 돈바스와 동부지역에는 많은 러시아인이 거주하고 있고 정치적인 분쟁이 잦아 이번 군사작전도 내부적인 요인의 국지전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 미국과 NATO 회원국이 개입하면서 과거 냉전 시대와 같은 3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했고 러시아가 대응하면서 세계는 신냉전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의 기술 독재에 큰 불만을 품고 있었던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인도가 포함된 브릭스(BRICS) 회원국, 유라시아 경제동맹국(EAC)과 중앙아시아 대다수의 국가가 참여한 상하이 협력 기구 회원국(SCO), 이슬람 협력 기구의 회원국(OIC) 및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가 참여한 약 45억 인구가 러시아와 중국을 지지합니다. 

미국은 러시아를 제재하는 방안으로 러시아 은행은 SWIFT를 이용할 수 없게 하였고 미국과 유럽 은행에 예금되었던 약 3,000억 달러를 압류했습니다. 러시아를 지지하는 국가들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면 미국으로부터 같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러시아의 탈 달러 정책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8월, 남아공에서 개최하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달러를 대체하는 브릭스 기축 통화 발행에 대해 협의합니다. 애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5개국으로 시작한 브릭스가 지금은 세계면적의 27%, 인구의 43% 그리고 GDP의 25%를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연합체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미국은 종이로 금을 살 수 있는 달러를 발명했고 SWIFT를 통해 세계 금융 경제를 불공정하게 통제하고 있어 새로운 기축 통화와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동의합니다. 

JP모건은 브릭스가 달러를 즉시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2001년 73%의 지배력을 가진 달러가 2022년에는 58%로 사용량이 감소하여 탈 달러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인정합니다. SWIFT를 대체하는 방안으로 나타나는 것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입니다. 지폐를 사용하던 시대에서 카드 지급을 익숙하게 사용하는데 30년의 세월이 필요했듯이 전자지갑으로 거래해야 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해서 SWIFT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신냉전의 독재국가들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해 우호적입니다. 권위적인 중앙집중적 소프트웨어에서 탈피한 분권형 시스템인 블록체인이 미국, 유럽과 같은 민주국가에서는 가상화폐 규제가 강화되어 혁신이 위축되고 있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거래소 허가를 합법화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전쟁으로 시작된 신냉전 시대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우호국 또는 비우호국으로 편을 나누기 시작했고 한국은 비우호국으로 구분되어 러시아와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30여 년 사업체를 운영한 필자는 한국과 러시아에 모두 우호적인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로 지난해 법인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달라진 환경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교류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기획했습니다. 타슈켄트에 등록한 비트프롬은 사업모델은 합법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을 우즈베키스탄에서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습니다. 러시아인들은 약 1,200억 달러(약 150조 원)에 달하는 코인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미국 제재 때문에 외국의 거래소에서 코인 거래가 차단되어 사용이 정지되었습니다. 그래서 비트프롬거래소를 통해 묶여있는 러시아인들의 가상화폐를 한국과의 무역 거래에서 지급 화폐로 사용하는 기획을 하였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비트프롬의 사업모델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합법화되어 있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이란, 두바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래소에도 공감을 얻어 함께 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의미의 가상화폐 신실크로드를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국제 무역 지급 화폐로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러시아 정부는 우호국과의 거래는 루블화로 대체하고 한국과 같은 비우호국과의 거래에서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가상화폐사용을 허가하기로 재무부와 중앙은행은 이미 합의하였고 두마에서 법률화 준비중입니다. 또한 러시아 에너지부처는 전력 과잉생산이 우려되어 마이닝 산업도 합법화합니다. 특히 철강 및 제련 공장이 많은 크라스나다르에 마이닝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고 여기는 전기 비용이 매우 싸고 시베리아의 추운 날씨로 별도의 장비 냉각 시설비나 유지비용이 없어 가장 경제적인 채굴 지역입니다. 법률이 공포되면 러시아는 세계 1위 마이닝 국가로 미국, 중국, 카자흐스탄에 있는 마이닝 기업들이 모두 러시아로 이전되어 마이닝 산업에서 독점적 우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시작한 냉전 시대의 유물인 공산주의를 포기한 지 30년이 되었고 또다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는 다시 갈라서고 강력한 안보를 중심으로 신냉전 시대가 시작되었고 개방적인 세계 경제는 폐쇄화 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협력과 개방 덕분에 1997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고속 성장해 온 한국 경제는 신 냉전 시대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산 제품보다 가성비가 좋은 한국 제품은 더 이상 주력 시장인 러시아와 중국, 인도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수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성비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러시아 및 중동으로부터 원유를 구매한 것이 주요 원인인데 이제는 SWIFT의 차단으로 러시아의 원유는 중국을 통해 우회하여 구매하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끝나겠지만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경제 전쟁은 오랫동안 계속됩니다. 이러한 큰 세계 경제의 변화에서 비트프롬의 러시아와 연결하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한국기업의 러시아 시장진출에 일조하는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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