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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 사태'에 각기 다른 대응 보인 5대 거래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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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 사태'에 각기 다른 대응 보인 5대 거래소, 왜?
  • 디지털뉴스팀
  • 승인 2023.08.0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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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교환 플랫폼 커브에서 52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각기 다른 대처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앞서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닥사·DAXA)에 속한 일명 '5대 거래소'들은 최근 발생한 글로벌 가상자산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커브 사태의 경우에는 거래소마다 상이한 대응책을 펼쳤다.

일명 '가두리장'을 형성했다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입출금 정지 조치를 취한 거래소가 있는 반면, 입출금 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거래소들도 있었다.

이번 커브 사태의 경우에는 거래소들이 각 거래소가 갖춘 '커브 토큰의 유동성'에 따라서 입출금 정지 조치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국내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지난 31일 커브의 스테이블코인 풀 중 일부에서 취약점 공격으로 인한 가상자산 탈취 사건이 벌어지자 각 거래소들은 공동 대응이 아닌 자체 대응을 선택했다.

지난해 닥사가 출범한 뒤 거래소들은 5개의 거래소에서 거래 지원을 하는 토큰 관련 문제가 발생하거나, 글로벌 이슈 대응 등에 대해서는 대개 공동 대응을 해왔다.

커브(CRV) 토큰이 국내 원화 거래소 5곳(업비트·빗썸·코인원·고팍스·코빗)에 모두에 상장된 만큼 커브의 스테이블코인 풀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내 거래소의 대처 방안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렸는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각 거래소가 공동 대응 사안으로는 판단하지 않았다.

◇ 5대 거래소서 거래되는 커브…거래소, 유동성 따라 입출금 정지 여부 결정한 듯

닥사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의 의제가 던져졌을 때 소속 거래소들은 공동 대응이냐 개별 대응이냐를 스스로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즉 거래소들이 공동 대응을 해야 하는 부분인지를 우선적으로 먼저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의견이 공동 대응 쪽으로 몰릴 경우, 이들은 '닥사'의 이름을 달고 공동 대응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업비트와 빗썸은 커브에 대한 입출금 일시 정지 조치를 취했고, 코인원은 입금 정지 조치를 취했다. 고팍스와 코빗은 커브에 대한 투자 유의는 공지했지만 입출금과 관련해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우선 국내 거래소 중 커브 토큰의 유동량이 가장 풍부한 빗썸에서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해킹 관련 이슈이기 때문에 여러 위험 변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입출금을 막았다"라고 밝혔다.

혹여 특정 공격을 통해 커브를 탈취한 해커가 해당 물량을 빗썸으로 이동시킨 뒤 대량 매도할 경우, 타 거래소에 비해 빗썸에서 커브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시세 하락이라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빗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입출금 정지를 결정할 땐, 기술이나 보안 이슈를 투자자 보호 정책, 유동성과 비교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이번 커브의 경우에는 여러 리스크 자체를 차단하는 게 올바르다고 판단해서 (입출금 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 커브, 빗썸서 가장 많이 거래돼…유동량 풍부한 빗썸·업비트선 입출금 정지

커브의 경우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BTC)장에서 거래가 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거래소 중에는 빗썸에서 커브 토큰의 유동량이 가장 풍부하다.

코인마켓캡 기준, 시장에 유통된 전체 커브 토큰의 23.5%가량이 바이낸스에서 거래되고 있다. 빗썸의 커브 토큰 유통량(7.5%)은 글로벌 중앙화거래소(CEX) 중 3위에 달한다.

즉 해커가 다량의 토큰을 매도하는 행위인 '덤핑'장으로 한국 거래소를 선택할 경우, 국내 거래소 중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빗썸이 최우선 타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업비트는 BTC 장에서만 커브 토큰을 거래 지원하고 있지만, 국내 거래소 중에서는 2위에 달하는 유통량을 갖췄다. 이에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빗썸과 같은 입출금 정지 조치로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 관계자는 우선 "해킹된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명목으로 입출금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업비트에 따르면 추가 피해의 여부에 따라서 입출금을 다 막느냐, 입금만 막느냐가 결정된다. 업비트 관계자는 "추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땐 입금만 막는다"며 "반대로 추가 피해가 계속해서 생길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에는 입출금 모두를 막고 있다"라고 밝혔다.

◇ 코빗은 '가두리장 발생' 우려에 입출금 정지 조치…고팍스는 '위험성 낮다' 판단

반면 코인원은 입금 정지 조치만을 취했는데, 코인원 팀은 이번 커브 사태와 관련해 탈취된 불법자금이 거래소로 입금되는지의 여부만을 확인하면 되는 사안으로 이번 사태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출금이 아닌 입금만 일시 정지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코인원 관계자는 다만 입출금 판단 근거에 대해서는 "사안별 영향범위에 따라 다각적으로 위험도를 판단하고 그중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가장 적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답을 대신했다.

반면 코빗은 '가두리장'이 형성되는 것을 우려해 이번 커브 사태에 관해서는 입출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빗 관계자는 "입출금을 막을 경우, 가두리 상황에서는 가격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왜곡된 가격만을 본 투자자는 나중에 가격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경우에는 손실을 볼 수 있다. 효율적인 가격 발견은 투자자 보호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시장 원리는 임의의 중개인의 개입 없이 집단 지성에 의해 자산의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시스템"이라며 "혹시 해킹 때문에 자산의 적정가치가 떨어진다면 시장 원리에 맡겨서 그 적정 가치를 찾아가계끔 놔두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투자 유의로 해킹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렸으니 이를 반영한 적정 가격을 시장 참여자가 알아서 고려해 거래를 하면 된다"며 "이것이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경제 시스템인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가두리장이 형성될 경우, 해당 거래소 안에 있는 토큰의 물량으로만 매수와 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명 '도박장'으로 불릴 정도로 큰 변동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다.

이러한 변동성을 보고 일명 '단타족'들이 해당 코인에 대한 거래에 달려드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럴 경우 수수료 사업을 하는 거래소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활성화된 해당 거래들에 따른 수수료를 벌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간혹 '가두리장 형성'에 대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코빗은 가두리장을 형성하지 않는 것이 투자자 보호의 일환이라는 시각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고팍스 관계자는 이번 커브 사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우선 네트워크 이슈가 발생할 경우, 선제적으로 유의 종목으로 지정을 한다"며 "이후에 모니터링을 통해서 입출금 정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 사태의 경우에는 다른 거래소에 비해 우리 거래소의 노출 위험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타 거래소에 비해 (고팍스)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커브 토큰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대량 매도 등의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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