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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트코인은 한국과 러시아 간의 통상을 되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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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트코인은 한국과 러시아 간의 통상을 되돌린다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4.01.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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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경제학 박사

‘가상 자산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새역사를 쓴다’라고 세계 언론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뉴스를 크게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시장에서 줄곧 요청해 온 비트코인 ETF 승인을 미국 규제 당국이 허가한 것을 환영했습니다. 이어지는 러시아 언론 후속기사로 지난해 11월, 가상 자산에 대한 규제권을 가진 러시아 중앙은행이 재무부와 비밀리에 협의한 비트코인을 국제 무역 지급에 관한 법률 행정적 방안을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인들은 약 1,800억 달러(약 237조 원)의 가상 자산을 가지고 있고 그 가운데 비트코인은 약 6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처럼 큰 금액의 가상 자산을 가진 러시아인들이 외국의 가상 자산 거래소에서는 거래할 수가 없도록 미국과 유럽은 제재를 가했고 러시아 중앙은행도 가상 자산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아 영내에 가상 자산 거래소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237조 원이라는 큰 금액이 개인에게 묶여있는 채 아무런 경제적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국제 무역의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수출기업으로서도 비트코인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스위프트를 우회한 합법적 결제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비트코인을 화폐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수출용 상품으로 보고 원유를 판매하듯이 외국과 거래할 것입니다. 비트코인 구매자는 매우 많아서 판매에 문제가 없고 비트코인 마이닝에 대해서도 합법화합니다.” 

중앙은행 나비울리나 총재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는 수출용 비트코인을 생산한다는 정말 획기적인 발상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러시아는 전기세가 가장 싸고 특히 비트코인 마이닝 산업단지로 지정된 곳은 다른 도시에 비해 반값으로 전기가 공급됩니다. 전기세 비용 때문에 마이닝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은 저렴한 전기세와 채굴산업의 합법화는 큰 장점이므로 많은 마이닝 기업은 러시아로 몰려들 것입니다. 그리고 채굴된 비트코인을 외국에 비싼 값으로 수출하면 결국 차액이 커서 거둬들이는 세금도 많아질 것이라는 중앙은행과 재무부의 생각입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세수가 부족한 입장에서 마이닝의 합법화는 유휴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수 증대도 기대되어 두마에서 시행법이 통과되면 장려 정책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필자는 지난해 블록체인 투데이 8월호에 ‘신냉전 시대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바가 있습니다. 신냉전 국제 경제 상황에서 한국은 스위프트 제재로 결제가 막혀 러시아로 수출이 어렵고 러시아 자원 수입도 중국을 우회하여 높은 값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가상화폐가 합법화되어 있는 우즈베키스탄에 법인을 설립하고 가상화폐 무역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여 한국 기업의 러시아 수출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와는 동맹국이고 한국과도 외교의 최고 등급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이기 때문에 금융을 중개하기가 편리합니다. 러시아 구매자로부터는 루블 결제 시스템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송금하고 한국에는 스위프트를 통해 달러로 환전하여 대금을 송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제 방식은 50만 달러 이하의 크지 않는 결제 대금의 경우에만 환전 및 송금 수수료를 커버할 수 있고 미국의 이차 금융제재를 회피할 수 있지만 통상 원자재 무역에 해당되는 큰 금액에는 비효율적이고 미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우즈베키스탄 은행이 송금을 꺼립니다. 그래서 비트코인 무역 결제에 대한 합법화와 제도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은 러시아와의 무역을 다시 재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G20 국가들과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BRICs+α로 나뉘는 다중 블록화가 보편화되었습니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자유경쟁 시대는 저물고 블록별로 연합하여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대를 올해부터 맞이합니다. 다중 블록화의 세계는 반도체, 양자 통신, 인공 지능 등 첨단 기술이 자유롭게 교류하지 못하고 자원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도 제한되며 안보가 강화됩니다. G20에 속한 한국은 약 45억 명이 살고 있는 BRICs + α의 경제블록에 진출할 기회를 장기적인 볼 때 더욱 힘들어지고 경제영토는 줄어들게 됩니다. 게다가 다중 블록 간 결제망까지 차단되고 달러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되면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앞서 말한바 같이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오게 된 것은 한국과 러시아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전쟁 전 상황과 같이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는 더할 수 없이 좋은 큰 기회입니다. 비록 지금 러시아에서는 우호국, 비우호국과 같은 정치적인 이념 때문에 현대자동차, 삼성, LG 전자는 철수했지만, 아직 러시아에는 천만 명의 한류 팬들이 있고 중국 제품보다 값이 비싸도 한국 제품을 신뢰하는 러시아인들이 많아 오히려 창의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진출하여 유럽 제품을 대체할 좋은 기회입니다. 러시아 시장은 과거와는 달리 매우 빠르게 새롭게 만들어지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입에 의존했던 소비재의 경우 스스로 생산하며 시장에서 철수한 유럽의 명품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방의 강력한 제재는 오히려 러시아인들을 단합시켰고 어느 때보다 큰 애국심으로 국산품 구매가 늘어나고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인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런 시장의 변화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우리의 경험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안정적인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은 러시아 시장진출에 큰 도움이 됩니다.  

info@blockchai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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