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7:35 (화)

[칼럼] 비트코인을 원인 없이 지급 받은 자가 소비한 경우의 법적 책임
상태바
[칼럼] 비트코인을 원인 없이 지급 받은 자가 소비한 경우의 법적 책임
  • 장명관 기자
  • 승인 2022.10.12 14: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사무소 다감 장유진 변호사

최근 비트코인을 원인 없이 지급 받은 자가 소비한 경우의 법적 책임과 관련한 파기 환송심의 최종 판결(수원고등법원 2022. 6. 8. 선고 2021노1056 판결) 있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 토큰의 형법상의 재산으로서의 특징을 어떻게 볼 것인지와 관련하여 판단을 하고 있어 중요한 가치가 있는 판결입니다.

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계좌 및 계좌번호가 아닌 지갑 주소를 통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갑 주소의 알파벳과 숫자 조합이 복잡하고 지나치게 길다 보니, 이를 은행 계좌번호처럼 외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보통 별도의 파일에 주소를 보관하여 두는데, 이렇게 보관하던 코인을 누군가에게 송금하는 경우 자칫 주소를 잘못 복사하여 이용하게 되면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코인이 이전될 것입니다.

특히나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비트코인과 같은 경우 이용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퍼져있기 때문에 누가 이 비트코인을 가져갔는지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돌려받는 상상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A,B,C라는 한국 사람들의 지갑주소를 모두 알고있는 상황에서 A에게 보내야 할 것을 B에게 잘못 보내고, B역시 이 비트코인이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있는 경우 비트코인을 보낸 사람은 응당 B가 이 비트코인을 자신에게 돌려줄 것을 기대하기 마련인데요. 그런데 B가 우연히 자신에게 들어온 이 코인을 소비한다면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요?

이것과 가장 비슷한 사례가 현금 계좌이체 오송금입니다. 대법원은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자신에게 원인없이 송금된 돈을 알고 소비하는 경우 형법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산보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송금의뢰인이 예상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자금을 이체하여 송금의뢰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송금·이체에 의하여 계좌명의인이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의 잘못 송금된 재산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해당하게 된다고 본 것인데요. 

만약에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비트코인 역시 잘못 들어온 비트코인을 소비하는 경우 횡령죄, 비트코인을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이 아닌 단순히 재산상 이익으로 본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습니다. 우선 항소심은 “횡령죄”에 대해서는 이 사건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으므로 유체물이 아니고, 또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한 것이어서, 물리적으로 관리되는 자연력 이용에 의한 에너지를 의미하는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나아가 가상화폐는 가치 변동성이 크고, 법적 통화로서 강제 통용력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예금 채권처럼 일정한 화폐가치를 지닌 돈을 법률상 지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어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배임”죄에 대해서는 ① 가상화폐는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으로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점, ② 피고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비트코인을 자신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이체받아 보관하게 된 이상, 그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비트코인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하는 점, ③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인데, 원인되는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 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송금 또는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되는바, 가상화폐를 원인 없이 이체받은 경우를 이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도 신의칙에 근거하여 이체받은 비트코인을 그 소유자에게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하는 등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임무를 부담하게 함이 타당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같이 판결했습니다.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야할 부분은 가상자산의 경우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점입니다.

현금 계좌이체 오송금 사안도 최초에는 당사자간의 문제로서 민사상 부당이득으로 해결해야 할 뿐, 횡령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가,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형법으로 규율될 필요가 있다는 내용으로 변경되었 습니다. 따라서 추후 코인과 관련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코인이 화폐로서의 기능을 인정받게 된다면 법정화폐와 법리가 다를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배임죄가 인정되는 방향으로 변경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유념해야 할 것은 잘못 송금된 코인을 소비하는 경우 현재까지는 형법상 배임죄의 책임은 없지만, 민사상 부당이득 청구는 가능하기 때문에 완전한 무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info@blockchaintoda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