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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내재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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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내재가치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1.06.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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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공화국(ROB-RepublicOfBlockchain)⑨
최영규 미디움 수석 설계자(Chief Architect)

◆암호화폐의 내재가치

지난 수개월에 걸쳐 우리가 보아온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락과 연관하여, 여러 매체와 SNS에서는 암호화폐의 내재가치 유무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급등락 현상은 내재가치가 있다면 나타나기 어렵다고 보는 한 축의 그룹이 있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블록체인과 탈중앙화 금융(DeFi)이 가져올 미래에 그 내재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다른 축의 그룹이 있다.

전자의 그룹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내재가치분석(Intrinsic Value Analysis) 방법론을 동원하여, 매년 발생하는 수익 규모와 성장성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 후 암호화폐의 내재가치를 산정하려고 한다. 암호화폐 그 자체로는 어떠한 수익도 창출하지 못하고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없고 오히려 분산 장부를 확인하고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위한 유지 비용 및 채굴 비용이 드니 내재가치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내재가치에 투자하는 것은 ‘투기’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투기’가 맞다. 그러나, 이 투기에도 커다란 순기능이 숨어있음을 필자는 느낀다.


◆과연 투기가 꼭 나쁜 것인가?

보통 선물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투기꾼’이라고 한다. (그들을 비하하려는 단어가 아니다!) 미래의 가격에 돈을 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은 변동성이 큰 상품의 구매 원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선물 계약을 하고, 항공사는 운항 비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름을 선물 구매한다. 사실 이러한 ‘투기꾼’들이 상품 유통의 유동성과 투명성 제공에 기여하는 면도 크다. 1958년 양파 파동을 겪은 미국 미시간 주 농가들은 투기꾼들이 양파 가격을 후려친다고 보고 주 하원의원인 제럴드 포드를 확신시켜 양파에 대한 선물 계약을 금지했지만, 2000~2010년 동안 양파 가격의 표준편차 결과는 211.4%로 유가 변동성의 6배, 주가 변동성의 10배 정도였다고 한다. 선물 계약을 금지한 양파가 오히려 가격의 등락빈도가 더 잦고, 골과 마루의 진폭도 더 컸다. (참조: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켄 피셔)


◆가치란 무엇인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실상 땅 위에 본디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가치는 이런 것이 아닐까?  경제학자가 아닌 필자의 생각에, 가치는 약속 같은 것이고, 의미이며, 희망 같은 것이다. 그것에 ‘가격’이라는 숫자를 어떻게 대입해야 하는지 필자는 사실 잘 모른다. 그리고 가치 있는 것이 꼭 가격이 높은 것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가치의 판단 기준으로 필자는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들을 적용해보는 버릇이 있다. 그의 욕구단계설에 의하면 인간의 욕구는 그 중요도에 따라 일련의 단계를 형성하는데, 생리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경 욕구의 단계에 이어 최상위에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의 욕구가 있다. 하나의 욕구가 충족되면 위계상 다음 단계에 있는 다른 욕구가 나타나며 이를 충족하고자 한다. 앞 단계에서 요구되는 욕구는 다음 단계에서 달성하려는 욕구보다 강하고 그 욕구가 만족되었을 때만 다음 단계의 욕구로 전이된다. 다른 욕구와 달리 자아실현 욕구는 실현할수록 더 커지는 성장 욕구, 즉 메타 욕구라는 이론이다. 즉, 필자는 어떤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를 대할 때, 그것이 인간의 욕구단계를 달성하는 데 어떤 가치를 갖고 기여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가상의 것들도 이러한 판단 기준으로 살펴본다. 확장경험(eXtended Reality, XR)을 줄 수 있는 메타버스도 필자는 이렇게 바라본다. 

우리는 경험과 공감과 인연의 확장에 의해 확대된 자아를 이루고, 이렇게 확대된 자아는 더 확장된 경험과 공감과 인연으로 나아가 순환적으로 더욱 성장해 나간다. 즉, 이렇게 확대된 자아의 실현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경제적 수단과 기술들은 매슬로가 말하는 최상의 단계인 자아실현의 방법과 목적을 향하여 정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늘의 주제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이러한 자아실현을 향하는 좋은 기술과 제품이 될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다만 오용과 남용과 악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이것은 규제와 제도, 그리고 교육이 기여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 되겠다.


◆함께 만들어 갈 가치, 그 길

‘지식’은 빌려오는 것이고, ‘지성’은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이며, ‘지혜’는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진정한 가치는 지혜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길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러한 길이 뚝딱하고 단숨에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승자(勝者)는 눈을 밟아 길을 만들지만 패자(敗者)는 눈이 녹기를 기다린다.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이다. 승자와 패자가 꼭 이분법적으로 쉽게 구분되거나 항구적인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그 길을 만들 수 있다. 그러한 가치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 영역에서도 이 나라가 승자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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