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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내재가치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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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내재가치에 대한 소고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1.05.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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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 협회 명예회장

지난 4월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투기성이 강하고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정부가 보호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된다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 주면 오히려 더 그 쪽으로 몰려간다고 확신 한다"라고 말하며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모두 폐쇄할 수도 있다고까지 얘기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데 금융위원장이 주장한 가상화폐의 내재가치에 대한 주장에 많은 투자자들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으며 과연 가상화폐에 대한 내재가치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전적 정의에서 내재가치(內在價値)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이것은 주식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시장가치(주가)와는 다른 것이며 기업의 청산가치를 내재가치라 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기업이 영업을 계속 해 나간다고 가정했을 경우, 앞으로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며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 들여 지기도 한다.

세계적인 투자 현인 워런버핏은 기업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재가치는 투자 기회와 비즈니스의 상대적인 매력도를 평가하는 유일한 논리적 접근법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내재가치의 정의는 단순하며 어떤 비즈니스가 남은 활동 기간에 창출하는 현금을 모두 합한 것을 할인한 값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정의에서 볼 수 있듯, 내재가치는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추산된 값이며 금리가 변하거나 미래 현금흐름이 바뀐다면 그에 맞춰 수시로 바뀌어야만 하는 추정치입니다. 

두 사람이 똑같은 팩트를 보면서 최소한 조금이라도 다른 내재가치를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저의 파트너인 찰리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계산한 내재가치 값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버크셔 사업보고서에 제공한 내용이 바로 우리가 내재가치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팩트 입니다.
한편, 우리는 정기적으로 버크셔의 주당 장부 가치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주당 장부 가치는 비록 제한적 용도만 있을 뿐이지만 손쉽게 계산됩니다. 장부가치의 한계점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유가증권은 시장가치로 장부에 기록됩니다. 제한점은 오히려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들의 장부 가치의 부적절함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 장부 가치는 내재가치와 아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일치는 정반대의 방향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비록 실상을 설명하는 데 불충분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버크셔의 ‘장부가치’도 밝히고 있습니다. 장부가치가 버크셔의 내재가치를 큰 폭으로 저평가하고 있는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 회사의 내재가치를 추적하는 대략적인 지표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교육을 하나의 투자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장부 가치와 내재가치의 차이점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학 교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장부가치"로 생각해 봅시다. 비용을 더욱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다른 직업을 갖는 대신 대학을 갔기 때문에 포기했던 수입까지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는 교육이 갖는 비경제적인 편익은 무시하고 오직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합니다.

먼저, 그 대학 졸업자가 평생에 걸쳐 버는 수입에서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을 경우 벌었을 수입을 빼야 합니다. 그렇게 계산한 숫자는 대학 교육 때문에 부가적으로 얻게 된 수입입니다. 이제 그 숫자를 적절한 이율을 이용해서 졸업한 시점에서의 현재가치로 할인합니다. 바로 그 숫자가 대학 교육의 경제적 내재가치입니다.

어떤 대학 졸업자는 대학 교육의 장부가치가 내재가치를 넘을 것입니다. 대학 교육을 위해 지불했던 비용보다 더 적은 액수만을 번 것입니다. 다른 졸업자의 경우 교육의 내재가치는 장부가치를 훨씬 초과할 수 있습니다. 자본을 현명하게 할당한 것입니다. 어쨌든 모든 경우에 있어서 장부가치가 내재가치의 가늠자로써 의미가 없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이렇게 워런버핏은 대학교육을 사례로 내재가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며 재화에 대해 시장가치와 장부가치, 그리고 내개가치를 구분하면서 내재가치를 투자의 한 가지 기준으로 삼되 내재가치가 평가자의 주관적인 해석에 불과하기에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얘기한다. 

필자 역시 내재가치는 측량하기 쉽지 않으며 아직 학문적으로도 그 어떠한 정의가 정립되지도 못했기에 그 어떤 자산이나 재화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데는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금융 산업분야 수장인 금융위원장이 단언하듯 가상자산에 내재가치가 없다는 시각으로 접근한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생각된다. 

금융위원장이라는 위치에서 볼 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 만만치 않다고 봤을 때 해당 투자 대상에 대한 내재가치 언급은 정부의 해당 시장에 대한 정책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라 판단되어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금융위원장의 내재가치가 없다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은 역으로 암호화폐 가격 급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시장 참여자 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일런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실제로 달나라로 보내는 행위까지 연출하면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내재가치 논란을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으며 점차 폐쇄적인 국가의 암호화폐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필자 역시 메타버스가 일상화되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암호화폐는 빠르게 그 영역을 넓혀 갈 것이며, 어쩌면 비트코인은 금의 위치를 대신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더리움은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거래를 기록하는 세계 공통의 장부(Ledger) 역할을 거의 확실하게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오랫동안 금융시장에 몸을 담아오면서 내가 투자하는 투자 상품에 내재가치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내개가치가 투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오 회사가 과연 어떠한 내재가치가 있기에 시가총액이 조(兆) 단위가 되었는지 정부 당국자가 얘기 할 수 있을까?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는 기본적으로 금이나 ETF등 투자 대상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없는 대상에 대한 투자는 절대 하지 않는다. 

버핏은 약 10년 전 전 세계 금 시총은 9.6조 달러였는데 10년이 지난 작년 말 전 세계 금 시총 역시 비슷한 10조 달러라고 하면서 금은 매년 1,600억 달러 어치를 새롭게 캐내는데 이론적으로 볼 때 금의 내재가치는 당연히 많은 영향을 받아 변동해야 하는데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오히려 채굴 수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더 가치가 있다고 보이며 또한 금은 아무리 쓰다듬어도 가치가 늘어나지 않고 비트코인과 동일하게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다른 사람이 사주지 않으면 손실을 보는 광물일 따름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일은 투자 상품의 내재가치 여부를 얘기할 게 아니라 해당 상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기, 시가 조작, 다단계와 같은 불법 행위를 막고 처벌하여 피해자를 줄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시장에는 비트코인보다 더 위험하고 변동성이 큰 파생상품이 세계 도처에 널려있으며 그 어느 나라 그 어느 기업도 투자자를 위한 보호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내재가치에 대한 약간 역설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영화 스타워즈에서 전 우주에서 통용되는 화폐 이름이 "Credit"이라고 한다. 우주선을 수리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사용되는 크레딧은 제국의 흥망에 따라 시장에서 푸대접을 받기도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필요한 광물은 얼마든 원자 조합으로 만들어 사용하기에 금은 물론 우주에 존재하는 그 어떤 광물도 가치가 없다. 

따라서 우주 전체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금화나 은화가 아닌 사람간의 신뢰를 뜻하는 ‘크레딧’으로 명명한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에 갈채를 보내면서 결국 내재가치란 "사람들의 신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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