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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 가격 폭등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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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 가격 폭등의 교훈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1.05.1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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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연구센터 김형중 센터장

◇왜 젊은이들은 도지코인에 열광하는가?

최근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도지코인(dogecoin) 24시간 거래금액이 1일 코스피 주식 거래금액보다 많았다. 그래서 도지코인의 가격이 합리적이냐고 기자들이 필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세상에 합리적인 가격은 없다. 그냥 가격이 있을 뿐이다. 당연히 도지코인 가격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건 게임스톱(GameStop)의 주식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고가의 구찌(Gucci) 핸드백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합리성보다 방향성이다. 한국 닷컴 버블의 대명사였던 새롬기술 주식을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산 게 아니다. 그 당시에도 사회병리학적으로 FOMO가 만연했기에 무차별적 주식투자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도 막판에 새롬기술의 주식을 사 상투를 잡았다가 피를 봤다.

그런데 그때 시장에 몰렸던 투자자들의 돈이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만든 동력원이었다. 그때의 묻지마 투자로 인해 굴뚝산업의 시대에서 정보산업의 시대로 순식간에 넘어가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공장도 없고 설비도 없이 서버 몇 대로 출발한 볼품 없는 기업들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정보통신 회사들로 성장했다.

서버 가격을 내재가치로 친다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주가는 엄청나게 거품이 많이 끼었다. 유형자산은 내재가치가 있고 무형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한 구글의 높은 주가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가입자 수나 1일 방문자 수가 새로 도입된 내재가치 평가 지표로 쓰였다.

구글의 가치는 사용자 수로 결정되고, 그 사용자 수는 구글의 광고 수입을 결정한다. 물론, 구글이 축적한 온갖 데이터 역시 훗날 경제적 가치를 지니겠지만, 거의 모든 수익은 역시 광고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의 가치도 사용자 수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수가 늘면 암호화폐의 자산 또는 화폐로서의 지위가 공고해진다. 정부가 법정화폐를 발행했는데 국민들이 외면하면 화폐의 지위가 약화된다. 지폐는 교환의 매개수단, 가치 척도의 단위,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암호화폐도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지금도 암호화폐에 내재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디지털 금융 시대로의 관문에서 스타트업 인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도지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디지털 화폐인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세대들이 앙시앵 레짐의 가치기준을 들이대며 방향성을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젊은 세대들이 도지코인을 사는 것은 FOMO 때문일 수 있다. 바람직한 FOMO는 궁극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다. 도지코인 FOMO는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성공한 것은 애플 폰을 사는 고객의 수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노키아, 모토롤라, 더 나아가 최근의 LG전자가 낭패를 본 것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며 앙시앵 레짐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FOMO 없이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능하다. 사실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패러다임 전환이 맞는 방향이라면 언젠가는 전환이 이루어지겠지만 FOMO가 없다면 몇 백년이 걸릴지 모른다. 일종의 집단광기인 FOMO는 그 전환을 가속화시킨다. 고전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결정을 전제로 학문적 토대를 쌓았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다. 도지코인 FOMO가 단기적으로는 광기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분산금융으로의 방향성을 향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암호화폐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도지코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할 하등 이유가 없다.


◇한국 언론의 태도 유감

그냥 이 시대의 젊은 사람들은 암호화폐 같은 무형자산을 사고팔며 디지털 네이티브의 일상적인 삶을 산다. 그들은 부동산에 투자할 자본은 없고, 주식에 투자해보니 수익이 낮아, 암호화폐에 투자하며 높은 수익을 실현하려 한다. 그래서 그들은 암호화폐에 내재가치가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암호화폐 거래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지금 불고 있는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altcoin)이 몰고 온 광풍은 기존 금융시장에 대한 일종의 반역이다. 이 반역으로 인해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이며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암호화폐 고객 수가 늘어나면 분산금융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빨리 도달하게 되며, 그로 인해 미래금융의 서막이 앞당겨질 것이다.

이 난국에 정부는 뭐 하고 있었냐고 언론이 질책하고 있는데 그래봐야 소용이 없다. 한국 언론이 가장 잘 하는 게 뜬금없이 정부는 지금까지 뭐 했냐고 질책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해서 법치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초법적인 일을 벌일 수 없다. 정부의 법적 조치를 원한다면 시급히 '가상자산법' 같은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 도지코인 광풍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해외 언론들은 정부가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느냐는 기사를 쓰지 않는 것 같다. 필자가 과문해서 그런지 그런 기사를 찾지 못했다. 국내 언론은 일단 도지코인 가격 폭등이 나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정부를 탓하고 있다. 해외 언론은 그냥 신기한 현상 정도로 치부한다. 해외 언론과 국내 언론이 그런 점에서 대비가 된다.

한국 언론이 늘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정부를 탓하기 좋아하니 한국의 금융산업은 갈라파고스처럼 폐쇄적으로 변하며 퇴행하고 있다. 미국은 코인베이스(Coinbase)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존 법체계 안에서 새로운 분산금융 산업의 부상을 잘 관리하고 있다.

언론이 정부 탓을 하면 공무원들은 주눅이 들어 가스라이팅 현상을 보인다.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정부가 잘못한 게 혹시 있었다면 박상기 장관이 법적 근거도 없이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박상기 장관의 초법적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언론들 역시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논조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정부에게 책임을 떠 넘기니 정부가 또 불법거래를 단속하겠다고 칼을 빼 들었다.

실효성도 없는 이런 정부의 대책 대신에 '암호화폐 정보 공시제도' 같은 대안을 언론이 제시하는 게 미래로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야 테헤란로에서 다단계 조직들이 쓰레기 코인으로 애먼 소비자들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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