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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의 난'은 없다… 그때도 지금도 정부는 암호화폐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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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의 난'은 없다… 그때도 지금도 정부는 암호화폐 '모르쇠'
  • 디지털뉴스팀
  • 승인 2021.04.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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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00여개 (암호화폐 관련) 거래소가 있는데, 아직 한 곳도 등록하지 않았다. 9월까지 등록하지 않으면 다 폐쇄될 수 있다."

이는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 발언으로, 최근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말이다. 현 정부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대책을 내놓을 의지가 없음에도 은 위원장이 '폐쇄'를 거론하자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일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80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 때 4000만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대다수 암호화폐의 가치가 폭락했다.

앞서 우리나라 화폐와 관련 최고 결정권자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암호자산이 지급 수단으로 제약이 많고 내재가치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데 이어 금융을 이끌고 있는 은 위원장까지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며 투자자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나온 발언이어서 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자산에 막대한 '투기성'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보니 중국 등 타국가처럼 거래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우려'는 '분노'로 바뀌었고, 은 위원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암호화폐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은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게시판에까지 등장해 13만명(26일 오후 6시 기준) 이상의 동의를 얻었을 정도로 성난 민심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특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부동산과 고공행진 중인 주식시장을 대신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의 마지막 남은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태'라는 프레임까지 씌워지면서 흐름이 가속화됐다.

그러나 은 위원장을 향한 칼날에서 분노를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살펴보면 은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요동치고 있는 암호화폐시장과 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아직은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팽창을 우려해 거래소 폐쇄를 추진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없다는 게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그의 발언은 이미 지난 2019년 예고한대로 올해 9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정식 등록을 한 뒤 '금융 실명제'를 기반으로 거래하라는 의미가 담겨있을 뿐이다.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 3월 국회는 거래소 자격 요건, 이용자의 거래 금융정보 보고, 자금세탁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억제하고 관리하는 데 초점 맞춰진 것이 아니라 마약, 테러, 자금세탁 등의 불법자금이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를 거쳐 흘러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실제 특금법 개정안 통과는 주요 선진국들 대다수가 몸담고 있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A)에서 불법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도록 제도화하라고 권고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금융사들과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투자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하기 위해선 투명성을 제고하라는 국제협력기구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기에 제도화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큰 자금이 흐르는 암호화폐 거래소 역시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식 등록해 투명하게 거래를 하도록 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지난해 3월 결정된 것으로, 다수가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암호화폐 시장이 커졌으니 정식 거래소로 등록하라. 안하면 강제 폐쇄시키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세 역시 갑자기 암호화폐시장이 커져서 도입되는 것이 아닌 지난 2019년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암호화폐가 무형자산으로 분류돼 대다수 국가들이 과세 기준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국제회계기준은 단어 그대로 주요 국가들이 사용하는 통일된 회계기준이다. 예컨대 국제 과세 기준이 없으면 특정 국가의 기업은 암호화폐 관련 세금을 내서 재무구조에 영향을 받았는데, 또다른 국가의 기업은 세금을 내지 않거나 내고도 재무제표에 계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국제회계기준이라는 의미 자체가 무색해져 글로벌 교역 전반에 혼선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과세 기준이 정립된 것이고 우리나라도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현재 정부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어떤 대책도, 특별한 관리 계획도 수립하고 있고 있다. 각 부처별로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명칭조차 통일하지 못한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 팽창을 우려해서 거래소를 폐쇄할 정도로 강단있는 대책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고, 의지도 없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의 폐쇄 엄포나 과세 조치를 비난할게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이 끓어오르는데도 계속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는 점을 향해 비난의 방향을 바꿔야하는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과 관련해) 세금포탈, 조세회피, 외환거래 우회, 자금세탁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왔고, 이를 관리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거래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불법적인 소지가 있다면 관리와 감독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가 위험하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할 수 있게 고지하고, 조세포탈이나 외환거래 통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가 등 불법적인 거래를 관리하는데 초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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