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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사업 종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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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사업 종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0.03.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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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투데이 블록체인전략연구소 배운철 소장]  2020년 1월 29일 암호화폐 지갑서비스인 비트베리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비트베리는 2018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하여 1년여 만에 전세계 110개국 14만 명의 이용자와 80여개의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카카오톡과 구글 계정 등으로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할 수 있어 암호화폐 이용자의 진입장벽을 낮추었다. 업계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던 중에 갑자기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국내 주문형 비디오(VOD)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왓챠(Watcha)가 2018년 8월 시작한 ‘콘텐츠프토토콜’ 프로젝트도 2020년 2월 19일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450만 명의 왓챠 이용자를 배경으로 더 나은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2018년 ICO를 통해 2만 9000개 이상의 이더리움을 모금했고 업비트, 코인원, 핫빗(Hotbit), 비트렉스(Bittrex), 빌럭시(Bilaxy) 등의 거래소에 상장되었던 프로젝트가 종료를 선언했다.

국내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소개되었던 두 서비스는 왜 종료를 한 것이고 이 두 서비스의 종료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비트베리는 “블록체인 산업의 시장 악화와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한다.

왓챠의 콘텐츠프로토콜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가치 변동성, 그리고 복잡한 이용 절차로 인해 일반 콘텐츠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비트베리 개발사인 루트원소프트에 따르면 두나무 계열사인 람다256과 인수합병이 불발로 끝나고 외부 투자 유치 등의 어려움이 겹쳤고 무엇보다 수익성 부족이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한다.

콘텐츠프로토콜은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수집하는 댓가로 콘텐츠프로토콜토큰(CPT)를 보상하고 해당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분석해 콘텐츠 제작자에게 판매하는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목표로 했는데 수집된 데이터가 수집 대상 및 규모의 한계로 콘텐츠 제작자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비트베리는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고 한 달 뒤인 2월 29일 오후 3시까지 모두 출금하라고 통보했다. 개인간(P2P) 암호화폐 직거래 서비스인 ‘안전거래’ 기능은 발표 이틀 뒤인 1월 31일 오후 3시에 종료를 통보했다.

콘텐츠프로토콜은 프로젝트 중단을 결정하고 남은 자산을 이더리움으로 전환 후 유통된 총 CPT 31억9332만6669개를 회수하는데 사용한다고 통보했다. 그야말로 초스피드로 사업과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다.

두 가지 프로젝트의 종료와 관련하여 아쉬움과 함께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먼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사업자 자세와 서비스를 종료할 때의 사업자 자세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회사의 상황과 프로젝트의 현실을 업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을 하지만 시장과 고객들에 대한 매너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2018년 11월 29일 콘텐츠 기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스팀잇이 사업이 어려워져서 직원 70%를 내보내는 결정을 내렸을 때 스팀잇의 최고경영자인 네드 스캇은 동영상으로 관련 사실을 설명했다.

최고 경영자가 직접 회사의 어려운 상황과 어려운 결정을 직접 알렸다.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인원 감축에 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을 했는데 국내에는 이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쉽게 통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모으고 사람들을 모을 때는 화려한 회의장에서 장미빛 미래를 그리며 연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발표를 하지 않았나? 서비스를 잘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마무리 하고 종료하는 것도 시작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그만큼 사업의 여유나 회사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 있겠지만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종료하는 그 순간까지가 이용자 입장에서 고민하고 마무리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탈중앙화를 가장 큰 가치로 주장하며 서비스와 권력을 분산화 하여 이상적인 생태계를 지향하는 것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가치 아닌가?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종료에도 참여자들이나 투자자들의 의견을 묻고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불가능했을까?

앞으로 이 두 프로제트보다 더 어려운 프로젝트들이 사업이나 서비스를 종료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두 서비스가 보여준 것보다 더 이용자 중심의 의사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자사의 사업 그 자체보다 시장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에 대한 책임도 있다.

비트베리는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의 투자 회사와 국내 기업이 비트베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트베리가 보유한 10만 명 이상의 DB가 관심의 대상이다.

비트베리 이전의 발표에 따르면 2월 말에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 개인 정보는 자동 파기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3월이 지나면 DB가 없을텐데 어떻게 매각을 진행할 수 있을까?

콘텐츠프로토콜은 잔여 자산이 총 2만6877.68ETH 라고 밝혔습니다. ICO 후 사용된 자산에 대한 감사는 누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업체가 일방적으로 남은 잔여 자산이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잔여 자산에 대한 검증과 총 발행된 CPT 중 왓챠나 왓챠 사업 이해 당사자가 소유한 토큰은 지급 유예를 해야 되는 것 아닐까? 법적인 책임은 모르겠지만 사업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 않을까?

이번 청산으로 오히려 더 많은 부를 확보할 수도 있다.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12월 IPO를 준비하며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정했다고 하는데 기업공개에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걸림돌이 되어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이라면 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사업이나 서비스를 종료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힘들더라도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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