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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안의 상임위 통과와 앞으로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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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안의 상임위 통과와 앞으로 남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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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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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 진보승 변호사

기나긴 크립토 한파 속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산업과 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꾸준한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 있고, 국내 가상자산 이용 인구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국내 이용자들의 보호, 가상자산에 관한 불공정거래 규제, 가상자산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20. 3. 24.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의 개정으로 최초 도입된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사업자에 관한 국내 입법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규율에만 치중되었던 탓에, 가상자산서비스 이용자들의 보호 및 가상자산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아직까지도 상당 부분 입법의 공백상태에 놓여있다.

2022년 루나와 테라의 급작스러운 가치 폭락과, FTX 파산에 따른 충격은 가상자산사업자들의 고객 보호, 가상자산의 불공정거래 방지를 위한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그 결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2023. 4. 25. 지금까지 발의된 19건의 법률안을 통합·조정하여 당장 시급한 현안인 가상자산 이용자들의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을 마련하여 의결하였고, 정무위원회는 곧 이어 2023. 5. 11. 위 법률안을 위원회안으로 제안하는 의결을 하였다. 

법률안은 크게 ①가상자산사업자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는 이용자(이하 ‘이용자’)들의 보호, ②가상자산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 ③이러한 규제의 준수를 강제하고 감독하기 위한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조사·제재조치 및 처벌규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률안의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정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바로 이용자들의 예치금 보호에 관한 규정이다. 법률안은 투자예탁금에 관한 자본시장법의 규정을 차용하여, 가상자산사업자로 하여금 이용자가 예치한 금전을 은행 등 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하도록 하고, 누구든지 그 예치금을 상계·압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가상자산 사업자 또한 이를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는 등의 경우에도 그 예치금에 대하여는 이용자가 우선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의 예치금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방지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여러 사업 위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폐업·도산 등의 위험으로부터 고객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보호장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법률안은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을 위해 보관하는 가상자산에 관하여는 일정 비율 이상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하고, 반드시 가상자산사업자의 가상자산과 분리하여 현실적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정도의 보호조치만을 마련하고 있을 뿐인데, 추후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에 관한 논의에 발맞춰 예치금과 유사한 수준의 보호장치를 도입하는 보완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률안은 자본시장법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규제와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조사·제재조치에 관한 규정을 조금씩 변형하여 차용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는데, 이와 관련한 규제의 해석과 실무의 운용은 자본시장법의 유사 규제 등에 관하여 정립된 기존 실무와 논의를 상당부분 참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위 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를 거쳐 시행될 경우, 이미 시행중인 특정금융정보법과 함께 그 동안 가상자산 및 관련 산업과 관련하여 가장 큰 불안 요소였던 자금세탁 및 불공정거래행위 방지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정무위원회는 곧이어 진행될 2차 입법을 위하여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여러 이슈들을 부대의견을 통하여 밝혔는데, 그 부대의견의 내용 중 가상자산의 거래소 상장에 관한 합리적인 규율방식과, 가상자산사업자의 각 유형별 적합한 영업행위에 관한 규제는 특히 가상자산 이용자들과 관련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항이므로, 규제 당국과 관련 업계 및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여 빠른 시일 내에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률안은 ‘가상자산의 소유’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가상자산이 민법상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 것인지, 가상자산의 특성에 비추어 동산 등에 관한 민사상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와 관련하여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관련 산업의 발전에 따라 가상자산의 거래와 관련된 민사상의 복잡한 분쟁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상자산에 관한 민사상 법률관계가 합리적으로 규율 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적 근거를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존재하는 특정금융정보법상의 규제들 또한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 관련 규제들은 현재 2년째 시행 중인데, 그 중 산업의 현실에 맞지 않거나 개별적인 가상자산사업의 내용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가 있는지 점검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이, 합리적인 제도의 틀 속에서 자유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입법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info@blockchai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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