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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항공모함과 보트 그리고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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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항공모함과 보트 그리고 블록체인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3.02.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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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 협회 신근영 명예회장

4년 전으로 기억한다. LA에서 만난 미주 한인 최대 은행 이사회 의장이신 J회장 또 LA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은행으로 뽑힌 C은행의 회장, 행장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4차 산업혁명의 발전 속도는 과거 1,2,3차 산업혁명의 발전 속도에 비교한다면 빛의 속도라고 말하며 향후 은행들이 어느 순간 무언가 바뀌었다고 깨닫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며, 그때가 도래했을 때는 이미 은행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드리면서 하루라도 빨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사업 전문가를 뽑아 작은 시도라도 해보라고 조언을 드렸다.

그 얘기를 들으신 J 회장은 싱긋 웃으시며 이런 말씀을 했다. “미국의 금융 산업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아 진로를 바꾸는 게 그리 쉽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좀처럼 변화하기 어려운 산업이 은행 사업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한번 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방향을 틀어 진행 방향을 바꾸면 무섭게 그 방향으로 전진합니다.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 작은 시장에서는 재빠른 변신이 가능하지만 여기는 그리 쉽게 안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은행은 각종 Regulation과 Compliance의 적용을 심하게 받는 분야인지라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J회장의 말에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거대한 시장 규모 최첨단 국가에서 사업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나는 더 이상 말씀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아마도 전 세계 대부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분위기는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우리나라 금융권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에 만난 모 증권사 회장이셨던 S회장님과 대화 중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난 2015년 P2P 금융으로 핀테크 바람이 한참 불 때 내가 이런 얘기를 사람들에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핀테크 핀테크 하는데 그거 한 일 년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없어질 것 같아요. 과거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e-Trade가 한국에 진출하고 키움증권이 질주하면서 곧 온라인 증권사가 마치 거대한 쓰나미와같이 우리나라 모든 증권사를 집어 삼킬 듯 덤벼들었죠? 10여년 지난 지금 보세요. 업계 10위권에 불과한 키움증권 하나 빼놓고는 금융 산업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어요. 물론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HTS를 도입하고 온라인 시대에 적응한 면도 있지요. 그렇기에 저는 블록체인이던 DAO, NFT, 핀테크도 결국 규제 속에서 살아야 하는 금융업에 있어서 별로 급박한 변화를 초래하는 위협적인 존재는 안 될 것으로 봅니다”. 열렬한 독서가이신 S회장님의 혜안은 놀라울 정도로 예리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사업을 한다면 100% 사기꾼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고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불을 넘다가 2만 불 이하의 저점을 찍고 장기간 횡보했다. 그리고 최근 다시 상승을 시작했는데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 암호화폐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어도 주력 금융권에서는 항공모함처럼 느리게 시장에 무심한 듯 서서히 접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사례를 통해 산업 환경의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지난 10년간 세차장의 매출이 50%가 줄어들었다. 업자들이 놀라 조사를 해봐도 도저히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차량 대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또 집에서 세차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학자들에게 의뢰해서 그 원인을 조사해보니, 다른 게 아니라 스마트 폰의 보급이 늘면서 운전자들이 손쉽게 지역 일기예보를 확인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내일 비가 온다면 세차를 건너뛰는 그런 습관이 일상화되면서 자연스레 세차장의 매출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 고객들은 다른 상품과 다른 서비스에 빠르게 적응해 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대에 항공모함의 규모를 자랑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사고방식이며 이제는 항공모함보다는 재빠르고 가벼운 몸집 작은 보트에 기업의 미래를 싣는 것이 훨씬 안전한 세상이 된 것 같다.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빠르게 바뀐 가장 큰 이유는 과거와 같이 사업을 하는데 시설, 인력, 자금 등 모든 것을 다 갖출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유 경제 활용과 오픈 소스의 이점을 활용하고, 벤처캐피탈의 자금을 받아 사업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널려 있기에 남다른 머리와 열정과 노력은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암호화폐 투기판이 벌어진 지난 몇년간 세계 주요 금융시장은 새로운 화폐 시스템의 등장에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산업의 발전 흐름을 찬찬히 살피며 접근한 것 같다. 

그 흐름을 살펴보자. 2021.12월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고나서 1년이나 넘게 지난 최근 월가 주요 금융회사인 찰스 슈왑, 시타델 증권,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미국 금융계 거물들이 힘을 합쳐 가상자산 거래소 'EDX Markets(EDXM)'을 조만간 공동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현재 시범운영 진행 중이며 조만간 오픈 예정인데 본격적인 암호화폐 시장이 열리는 것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1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로 퍼져 세계 기존 경제질서를 바꾸는데 10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던 사실을 기억한다. 반면에 2차 산업혁명은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를 바꾸었고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의 진행속도는 겨우 20년 만에 전 세계를 모두 연결하며 세상을 바꾸었고 이제 메타버스 세계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거대한 것(대기업)이 작은 것(중소기업)을 잡아먹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빠른 것이 거대한 것을 잡아먹는 속도의 경쟁시대가 된지 오래되었고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라는 책에서 거론했듯 현재 구글이나 삼성이나 애플의 경쟁자는 아마존이 아니며, 그들의 가장 큰 잠재적인 위협 요소는 지금 허름한 창고 한 귀퉁이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 혁신가 두세 명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년이었고 에어비앤비도 10년이 안 되는 기간에 세계 최대의 호텔체인을 가뿐이 넘어섰고 우버 역시 짧은 시간에 세계 대다수의 자동차 회사가 러브콜을 보내는 거대한 회사가 되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전 세계 단일 금융시장이 열리는 지금은 산업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앞으로 구글, 에어비앤비와 같은 세계적인 거대 기업의 등장은 첨단 기술회사가 아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으로 잘 준비된 스타트업 금융회사로부터 축발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경이 없고 24시간 365일 거래되는 전무후무한 금융시장의 등장은 전 세계 모든 산업 군의 근본을 흔드는 어마어마한 산업 구조의 개편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info@blockchai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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