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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멋진 프로그래머 채용을 위한 에세이 시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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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멋진 프로그래머 채용을 위한 에세이 시험 사례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3.01.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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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밈비 이사 / 시인

◆코딩으로 깨우쳤던 젊은 날의 시행착오
1980년대 중반, 컴퓨터 프로그래머 4년 차에 들어서면서 생긴 일이다. 당시 KAIST SERI에서는 서울올림픽 정보화 프로젝트 개발 차원에서 시작된 서울아시안게임 전산화 작업을 준비하였고, 이를 위해 전국체육대회를 국제 규모 경기로 확대 개편한 경기운영시스템인 GIONS 개발을 국책과제로 수행했었다. 이때는 PC란 개념이 막 태동하는 시기였고, 대형컴퓨터에 단말기를 통해 경기결과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월드컵 대진추천방식도 야구공처럼 생긴 구슬을 섞어 무작위로 선택하여 조별 추첨한다. 이처럼, 대부분 토너먼트 경기종목의 경우 사람이 구슬을 골라, 그 속에 있는 번호를 선택한다. 당시 연구소에는 미국 내 IBM사와 쌍벽을 이루는 Cyber사의 대형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우리 연구실은 여기에 PLATO라는 교육전용시스템으로 컴퓨터 활용 교육콘텐츠 개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국내 유일하게 있던 이 시스템의 단말기 CRT 모니터는 스크린 터치가 가능했다. 이 기능을 이용해, 올림픽 경기 추첨을 대비할 겸, 전국체전 토너먼트 경기 대진을 추첨해보자는 긴급 제안이 있었다. 이름하여 전자추첨. 요즘이야 웬만한 노트북은 스크린 터치가 일반화되었지만, 당시로선 CRT 화면을 터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간에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필연인지는 몰라도, 전자추첨 프로그램 개발자로 지목된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개발 기간은 3주가 채 남지 않았던 것. 연구소를 대표해 특수 프로그램언어로 코딩해야 하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추첨 당일 아침 간신히 완료했지만, 며칠 밤새우는 바람에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결국, 개발자 참석 없이 대진 추첨이 시작되었다. 경기 감독들이 모니터 앞에서 화면을 누르는 추첨 과정은 KBS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었는데, 추첨프로그램의 점검 과정 오류와 추첨자의 조작 미숙으로 인해 시스템이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전자추첨은 시행착오로 끝나고, 예년처럼 수작업으로 추첨했다는 소실을 들었다.

당일, 비몽사몽 간 퇴근해 서울지하철 2호선을 탔는데, 평소 40분이면 갈 것을 4시간은 족히 타고서야 집에 도착했다. 물론, 졸다가 지나치고 깨서 반대로 갈아타고, 졸다가 거꾸로 반 바퀴 돌고, 또 반대로 갈아타고. 그렇게 반복해 오가며 졸았던 당산철교에서 들리는 철도 소리가 왜 그리 달콤했던지. 이때, 꿈결에 조건과 반복이라는 무한대 논리 장단이 달콤한 철도 소리 따라 춤을 추었다.

그런데, 덩달아 춤추는 내 모습을 내가 내 머리 위에서 쳐다보며 크게 노래 불렀던 기억이 새롭다. 하하, 참 꿈이었기에 다행이었지만. 멋도 모르고, 감히 삶과 프로그래밍의 공통점은 조건과 반복이라고 큰소리를 쳤던 모양. 시행착오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당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능력이 나 나름대로 최고로 고양되었다고 착각했기에 가능했으리라. 훗날, 이 일로 인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내게 있어, 삶을 해석하는 또 다른 의미로 여기게 되었다.

가끔은 나는 대체로 스치는 순간 모두 살아있음을 못 느낀다고 생각했었다. 숨을 들이쉬거나 침을 삼킬 때, 내 움직거림을 느낄 때는 조금은 느끼지만. 이것도 흐르는 물 보듯 잠시라고.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을 하던 때나, 이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일도 잠시 삶의 ‘한순간’이라고. 평소 무엇을 써야 한다며 스스로 약속하고, 이 약속을 지키려는 글쓰기가 행복이라 느끼지만, 이도 역시 잠시. 뭘 느끼고 뭐고도 없는, 그저 생존 본능의 하나하나인 듯하다. 몸과 마음 사이마다 비정기적인 시간 간격으로 반복되는 생물 본능의 하나라는.

◆컴퓨터도 나처럼 건드려 주길 바란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그 무엇인가에 대해, ’그렇다 혹은 아니다‘라고 반복해 말해야 하고,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려 했었다. 이것이 내 운명이라는 것인 양 말이다. 이것이 ’맞다 또는 아니다‘라는 구조로 중첩된 것을 따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이유일 수도 있었으리라. 한 때, 실존에 이르는 길은 대부분 혼자 있을 때, 어떻게 한계상황에 이르는가와 그 극한상황을 뛰어넘느냐에 있다며, 친구들만 보면, 틀린 지 맞는지도 뭐 알지도 못하고 박박 끝까지 우긴 것처럼.

우연히, 할 일 없다고 느낄 때, 뭔가 심심해지고, 그러다가 조금씩 세상과 나 사이가 쓸데없이 이어진 것 같고, 또 그렇구나 하는 막연함이 나를 엄습할 때가 있었다. 이런 때가 또 싫다며 얼굴을 찡그려 보는데, 이것도 또 한두 번이 아닌 것. 이러한 일에 싫증이 나고, 두세 번 그러다 보면, 네게 또 세상이 찌그러져 보여 짜증이 날 때가 닥친다. 괜히 불안해지는 것 같기도 한, 뭐 그런 상황에 이르러, 어떠한 결정도 마음에 들지 않아, 심한 갈등 상황의 구석에 몰린다. 이 구석에 몰려 한 점이 되는 나를 견디고, 끝까지 견디다 빅뱅처럼 무엇인가 터지는 맛을 느끼기까지, 그 고귀한 나만의 시간을 이겨내야 살 맛이 난다고 한때 억세게 고집을 부렸던 것.

더 문제는 심심한 순간, 자신을 초월에 이르도록, 평소 강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느냐라며 눈을 부라리려고도 했었다. 그 노력이 수없이 누적되면서 굳어지고 딱딱해져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기를 기대했었다. 가끔, 이를 느끼는 순간, 평온한 마음을 입김에 담아 세상에 내보내어도 그 어떠한 후회도 없으리라 웃곤 했다. 그래서, 묻는다. 과연 나는 아직 심심한가? 그리고 바로 답한다. 아니다, 아직 덜 심심하다. 무엇인가 할 일이 남은 듯하니까. 허, 그것 참, 할 말이 없다. 할 일 없어, 억지로 고민거리를 만들었었으니.

이 억지춘향격 고민은, 나와 컴퓨터와 무슨 상관이 있다며, 지금처럼 끝까지 컴퓨터를 끌어들이곤 했다. 컴퓨터도 심심할 거라며, 그래서 누가 건드려 주길 바란다고. 나 또한, 웃든지 울라고, 자꾸 누가 건드려 주는 것처럼. 컴퓨터도 그랬다. 어떠한 입력을 해주지 않으면 그냥 가만히 있다. 꼭 나 같다. 새로운 것이 생기길 기대하며, 시간이나 자료가 저를 건드려 주든지, 아니면 내가 이렇게 글자를 입력해 주든지.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 그 무엇인가든 해야 했던 주인공들처럼.

그렇다면, 생각하는 컴퓨터도 스스로 심심해할까? 그럴듯하다.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하는 나도 심심할 때가 있으니까. 뭐가 멈춘 거 같아, 내 생명이 멈춘 것 같다는 느낌이 혹여 심심한 거라며 말이다. 그래서, 그때마다 컴퓨터를 건드리려 한다는 거다. 마치 내가 컴퓨터인 양, 나든 컴퓨터든 건드리고 싶다는 거다. 지나고 나면 참 멍청하다 느끼곤 하는데도.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 바로 심심한 건데, 이때가 행복한 건데, 멍청하게도 심심하지 않길 바라다니!

◆프로그래머 채용을 위한 에세이 시험 사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은 컴퓨터가 멈추지 않도록 일련의 컴퓨터 명령어를 무한 반복한다. 이 반복은, 결국 인간을 향한 기다림일지 모른다. 아니, 컴퓨터를 통해 인간은 나와 함께 할 인간을 기다리는 것 아닐까. 나는 혼자 나와 이야기할 때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서로를 위해 건드려 줄 때 더 행복하다고 믿으니 말이다. 다음은 이러한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 프로그래머가 많아지길 바라며 상상해 본 직원채용 전형시험 문제 사례다.

“지난 30일 동안, 수험자 자신이 느꼈던 나만의 행복감 하나를 선택하고, 그 행복감이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설명하는 과정을 에세이로 쓰시오. 단, 상황 설명 시, 아래 명령어 일부와 자신이 정의한 새 명령어 의미가 내 행복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힐 것. (글자 수 4000±400자) 
  
명령어 : ①어떤 곳의 내용이 0이면, 다음 명령어 수행, ②어떤 곳의 내용이 0보다 크면, 특정한 다른 곳의 명령어 수행, ③어떤 곳의 내용이 0보다 작으면, 특정한 다른 곳의 명령어 수행, ④새로운 정보가 입력되기 전까지 멈추어 있음, ⑤멈추는 동안, 보관한 어떤 곳과의 관계에서 새로움이 생기도록 시도, ⑥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즉시 그 결과를 어떤 곳에 보관, ⑦어떤 곳에 보관한 것을 밖으로 적절한 방법으로 출력, 

참고사항 : ⓐ’어떤 곳‘은 나와 너 및 우리, 그리고 본인이 추가할 수 있음. ⓑ에세이 채점 기준은 나만이 느끼는 행복감의 종류, 행복감을 느끼는 상황 표현, 행복감에 이르게 하기까지의 자연스러움 등등을 눈여겨봄. ⓒ자신이 새 명령어를 만들었다면 그 독창 및 적합성에 가점. 새 명령어가 무의미한 경우 감점. ⓓ수험 시간은 당일 10시부터 23시까지. (식사와 간식 제공) ⓔ수험자 간의 대화, 휴대폰 사용, 수험장 출입 등 자유. ⓕ에세이 답안 작성은 본인 노트북 사용 가능. 노트북이 없으면 제공함. ⓖ작성된 원고 파일은 그림 파일로 송부. ⓗ에세이 합격자 수는 최종 선발 인원의 3배수이며, 30일 이내 개별 통지와 함께 신입사원 연봉의 10%를 응시료로 지급함. ⓘ최종 전형은 작성한 에세이 중심으로 회사 실무자와 외부 유명 인사가 심층 면접. ⓙ제출한 에세이가 저작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불합격 사유로 공개함.”

◆코딩 교육 세계화에 따른 에세이 출제 의도
코딩 과정을 삶의 과정과 비교해 에세이로 쓰기 유형의 위와 같은 시험문제 출제가 가능할까? 이는 ‘입사 후, 적법한 근무를 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평생 삶을 보장하는 회사의 입사 시험’으로 나올 법한 문제 유형이다. 과연, 어떻게 한 편의 에세이를 쓸 것인가? 또한, 나만의 명령어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문제의 답은 내가 나에게 얼마나 솔직해지느냐다. 내 모습을 그대로 설명할 자신이 있느냐다. 
  
참 황당하겠지만, 그러나, 혹시 이러한 에세이를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세계 교육계는 새로운 과목으로서 ‘코딩’ 교과를 만드는 추세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바로 인성 함양 중심이 되길 바라는 코딩이란 이름의 학교 정규 교과목이다. 이는 첨단 미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정점을 논할 때, 시험 시간에 인터넷을 공개한 것이리라. ‘지식은 수단으로 취급’하고, ‘인간성을 더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코딩이란 ‘컴퓨터와 사람과의 소통과 대화를 위한 대화 수단’이라고 말한다. 즉, 컴퓨터에게 일을 지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코딩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코딩은,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며, 어릴 때부터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시키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따라서, 미래의 행복을 세부적으로 계획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코딩 교육은 단순히 컴퓨터 코딩 이상의 의미가 있기에, 세계 각국이 서둘러 학교 교과목을 채택하는 것이라 보여진다.

일반적으로 코딩 교육의 목적은 다양하겠으나, 그중 컴퓨터 생활의 DIY(do it yourself)가 기본일 것. 컴퓨터가 전문가 몫이 아닌 일반인의 필수품이 되고 있어 내 취향에 맞게 만들거나 고쳐가며 사용하는 생활필수품 영역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웬만한 집안일이나 자동차 수리 등은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되었듯이 말이다. 이는 점점 간단한 컴퓨터 활용도 내 삶은 내가 개척하는 능력의 한 요소임을 뜻한다. 그만큼 첨단 문명의 생활 적응을 위해 학교 교과목에 포함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 하겠다.

컴퓨터에 전원을 넣으면, 컴퓨터는 이전에 기억된 상태에서 ‘새로운 시작’을 시작한다. 바로 컴퓨터의 아침이 시작되는 것. 인간이 아침에 깨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무심코 행하는 것이지만,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무척 큰 매력을 준다. 언제나 컴퓨터는 무엇을 할지 인간 명령을 기다린다. 물론 어떠한 일을 하라고 명령을 주었기에, 그 명령 범위 내에서, 계속 무엇인가는 하면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 무엇인가는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시대가 흐를수록,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컴퓨터에게 명령을 주는 방법을 익히리라. 어쩌면 스마트폰 사용하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한 영역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이러한 능력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새로운 것에 접근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충족하기에 가장 손쉬운 수단이자 삶의 무기가 된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이 결합된 가상세계가 점점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됨에 따라 현실세계의 활동 범위 경계가 무너질 수도 있음은 우리는 지금 직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갖춘 내 아바타와 더불어 살아가게 될 미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코딩이 초증고 교과목으로 확대되고 있는 더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결국 ‘자기 주도학습’의 실천 방안으로서 코딩이 가진 속성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는 데 있다. 즉, 내가 원해서 내 삶의 목표를 정하고, 이에 대한 실행 계획을 세우고 세부 행동 지침을 결정하며, 실제 하나하나 행동함으로써 실천에 옮기고,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한다. 그 평가에 따라 나 자신을 수정해 가는 일련의 능력은 ‘막연한 느낌으로가 아닌 눈으로 확인하는 근거’에 입각해, 그 코딩을 통해, 명징하게 습득되는 것이라 하겠다.

◆면접용 에세이 작성 사례와 그 채점
입사 시험 공고 후, 응시자는 1차 전형을 위해 에세이로 작성된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2차 전형은 1차 합격자가 수험장에 출석해 주최 측이 요구하는 상황에 맞게 에세이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례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내용일수록 좋다. 좋은 사례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인용된다. 그리고 그 사례는 계속 수정되고 변형된다. 다음은 앞에 제시된 에세이 시험의 답안 사례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행복감을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 생기는지 코딩하라니? 처음 문제를 읽으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 어려운 것을, 그 방법을 코딩으로 매듭짓는 과정을, 몇 마디 말로 나타낼 수 있을까. 그러나, 한편, 나만의 하늘과 땅 사이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극히 내 개인의 주관적 생각만 독백하면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지난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간단히 세수하고, 동네 공원으로 갔다. 평소 마주치는 분들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누며 웃었다. 그렇게, 뛰다 걷다 서다 반복하며 몸을 깨운다. 행복이란 어쩌면, 내 몸이든 맘이든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 나만의 특별한 의미를 주고 그 느낌을 기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위 명령어 ①, ②, ③ 등은 어떤 곳이 ‘0’이라는 조건은 행복이란 ‘무엇인가 가지지 않았을 때, 그래서 어떤 욕심도 없을 때’라고 해석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어떤 다른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 마음이 참 온화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음 시간’으로 ’나‘ 자신을 편하게 넘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0보다 크다는 것은 욕심이 지나치기에 욕심을 버려야 하리라는 것, 0보다 작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위해 소홀히 했을 거라는 것. 그러기에 좀 부족하든 넘치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함을 뜻하리라.

알다시피, 삶은 언제나 조건에 따라 매 순간 결정하는 상태의 연속에 있다. 이는 언제든 살아있는 나를 느끼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 상태는, ④라는 명령어처럼, 컴퓨터 입장에서 보면 무엇인가 입력되길 기다린다는 의미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⑤의 너든 우리든 이웃이든 서로 상관하는 관계에서, 멈춤이 깨지고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것이 ’나‘ 이외의 것과 관계된 모습에서, 존재하기 위해 아니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생기는 필연일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면, ⑥의 명령처럼, 우리 기억에 무엇인가 남는다. 그것을 우리는 새로움이라 부른다.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 건만, 다만 새로운 시간에 의해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이라 믿고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 지금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반드시 ⑦ 명령처럼 나는 나를 드러내 줘야 한다. 혼자 가지고 있다면, 그 행복감은 결국 고독한 일회용이다. 누군가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 모두 기쁜 행복에 이르는 길 아니겠는가?

나는 반복과 시간을 새 명령어로 추가하고 싶다. 이 둘은 어쩌면 오뉘 같다. 지금 하나 순간의 느낌 연속이란, 똑같음의 반복, 그 반복이 계속 이어지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럴 수도 있겠다. 문제에서 제시한 명령어, 아니 세상에 존재하는 명령어 모두 ’그냥 살아있어라‘는 절대 생명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 그렇게 틀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나는 참 많은 반복을 했다. 어쩌면 인간이 만든 컴퓨터 명령어란 수 없는 반복의 연속일 수밖에 없으리라. 숨 쉬고, 먹고, 화장실 가고, 웃고 떠들고, 뭐 혼자 울기도 하고, 그러다 잠드는 것 등등. 그 사이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나‘였다면, 그 ’나‘를 밖으로 보여주었다면, 그렇게 하늘이든 땅이든 묵묵히 바라볼 수 있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느끼면서 말이다. 

지난 일요일, 나는 영광스럽게도, 동네 공원을 돌며 하늘과 땅을 봤었다. 무심코 참 많이도 보았다. 그 사이, 내가 있었다. 그 행복감은 이제 없다. 기억에만 있다. 이를 되살려 이와 비슷한 행복감을 느끼려 다시 공원을 돌기도 할 것. 물론, 산이나 바다 혹은 오래된 시장을 거닐며, 아 비숫하구나 하며, 그래도 처음이구나 라며, 맞이하려고도 할 것. 새로운 혹은 오랫동안 보았던 사람 모두 새로 만나는 것이라 느끼며. 이것이 시간도 0에 가까워지는 거로구나 하며.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이 ’내 삶이어야 하는 거구나‘ 느끼려 웃으며.

미래 어느 시점, 내 속에서 끊임없이 생기는 아픔을, 컴퓨터를 아니 내 아바타를 만지고 달래다가, 조금 다르게 느끼려는 새로움에 나를 잊기도 할 것이다.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할 나, 혹은 그 행복감 같은 것을 기대하기에 그렇다. <이하 생략>”

위 내용은 필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해 본 답안 사례 일부다. 아마, 동네 공원을 돌 때 만났던 사람과 날씨 그리고 보이는 길거리를 자세하게 묘사해 추가하면 완성도가 높아지리라. 이러한 나만의 답안 사례를 끝까지 쓰는 분은 '에세이 쓰기와 코딩' 달인급일 듯! 내 삶을 투영시키는 내 사례를 밝힐 수 있는 능력이 곧 내 행복의 원천일 수도 있을 테니, 멋진 사람일 테니 높은 점수를 줘도 될 것이다.
프로그래머 채용 전형은, 신입이든 경력이든, 회사에서 필요할 때마다, 출제해볼 만하다. 문제는 채점일 것. 채점은 입사 시험 전형 전문회사에 위탁하는 것이 좋다. 만일 위탁할 회사가 없다면, 별도 전문회사를 설립해 위탁. 그래야, 객관적인 전형을 할 수 있고, 전형 과정을 하나의 사회적 이벤트로 승화시켜 회사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채점 방법의 하나는 선발하고 싶은 부서에서 1주일 정도 합숙해 최종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응시자 에세이를 공개해 상호 토론을 붙이고, 서로 채점하게 하면 금상첨화. 수험자 채점 결과와 그들의 채점 과정을 지켜보며 합격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할 사람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최종 선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물론, 채점하는 사람 또한 어쩌면 자신의 모습 드러내는 재교육 프로그램의 하나일 수도 있다. 

위 문제의 다른 사례를 공채 공고 시, 미리 공개해 미리 연습하게 하고, 실제 시험에서는 다른 상황을 주어, 그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을 문제로 출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응시자는 많지 않지만, 매우 좋은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사람이 시험에 응시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유형은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회사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코딩은 멋진 삶을 터득하는 훈련 도구
‘어떤 분야와 상관없이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는 힘을 길러준다.’ 빌 게이츠가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또한 ‘모든 사람은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이처럼 코딩 교육 과정 자체가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터득하는 훈련 과정’이라고 이구동성 말하고 있다. 이러한 말들이 나오게 된 연유를, 코딩의 속성 엿보기로서, 다음과 나열할 수도 있겠다.
  
첫째, 코딩 교육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라는 사실을 매번 확인시켜 준다. 내가 해야 할 목표가 있으면, 이를 성취하기 위해 ‘반드시 시작해야 하고, 그 목표가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분명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기에, 잘 매듭지어야 새로운 시작이 생긴다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알기에 자유로운 행동을 하게 된다. 누구에게라도 자유로울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로의 큰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따라서, 코딩 교육은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미리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사전 준비 능력을 길러주게 한다. 三思一言, 즉 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 번 조심히 말하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는 것. 치밀한 기획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이든 결과를 예측하면서 순서에 따라 준비하는 능력이 함양되는 것이리라.
  
셋째, 일단 충분히 준비한 하나하나의 명령들이 곧 내가 실시간으로 실천해야 하는 하나의 행동임을 몸에 배게 해준다. 평소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어떠한 일이든 차분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아간다. 일사천리 행동으로 준비한 일들을 끝내는 부지런한 습관이 붙게 되는데, 이것 또한 코딩 교육의 장점인 것은 분명하다.
  
넷째, 또한 내가 실천에 옮기고 있는 행동 하나하나마다 중간 결과가 있고, 끝까지 일련의 행동으로 이어지기에, 지금 행동이 전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 움직이게 한다. 즉, 지금의 내 행동 결과가 다른 내 행동이나 다른 사람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든 일은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협조함으로써 일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느끼게 한다.
  
다섯째, 좋은 코딩 능력은 복잡한 일일수록 문제 상황에 맞춰 하나하나 잘 매듭짓는 훈련을 하게 한다. 특히, 하나의 매듭(Module)은 다른 매듭과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게 됨으로써 어떤 일이든 부분적인 일의 성격에 따라 구분해 정리하는 ‘끊고 맺는’ 능력 향상을 돕는다.
  
여섯째, 따라서 코딩 교육은 항상 뒤처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게 하기에 어떠한 일이든 시기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즐기면서 일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Valance) 습관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러한 습관이 사회적 관습으로 계속 정착되는 한, ‘성공한 일의 결과만이 모든 것이다’라는 강한 집념보다, ‘충실한 일의 과정이 곧 행복한 순간이다’라는 유연한 즐김이 높아만 가리라. 코딩 교육이 인성교육을 좀 더 정교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에 그렇다.
  
이상, 위 사례 외에도 코딩 교육이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근거는 많다. 미래에 또 다른 파생 교과목을 만드는 계기도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혹자는 ‘인간을 너무 디지털로 만들고 획일화시키는 교육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물론 초창기나 섣부른 교육의 오류를 경계하는 것이라 이해된다. 그러나, 항상 새로운 우려들을 딛고 여기까지 발전한 것이 인류다.
 
◆‘코딩능력지수’, 행복의 또 다른 기준
앞에서 반복했듯, 모든 생명체는 행복감을 계속 느끼기 위해 산다고 한다. 이렇듯, 세계 각국 학교는 물론 일반인 대상으로까지 코딩이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궁극적 배경에는, 첨단 문명을 먼저 선점하려는 추세도 있겠지만, 결국 각국 자국민을 좀 더 행복하게 하려는 정책의 경쟁 결과일 것이다. 국민 모두를 ‘자유의지의 삶’ 주체자로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감을 만끽하도록 도와주려는 공통 사항 아닐까?

자유로움을 느끼는 일은 잘 정리된 습관에서 나온다고 한다. 평소 자신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스스로 자유를 일으키는 원천이라는 의미다. 코딩은 상상의 한계점을 오가는 자유로움을 맛보게 한다. 누구나 상상해 보지 못했던 것을 개념으로 나타내려 했던 철학자, 또 숫자나 법칙 그 실험으로 증명하는 자연과 사회 과학자,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행동으로 나타내보려 하는 예술인 등등의 이름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처럼. 물론 모든 사람은 이 모든 영역을 들락날락하며 행복해지려 하고 있다.

미래엔 혹시 ‘코딩능력지수’로 삶의 능력이 구체화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또 다른 상상도 해본다. 무엇인가 코딩하는 순간마다, 즉 내가 내게 명령하는 순간마다, 내 행복한 대다수 시간은 ‘나를 누구에게라도 떳떳하게 드러내는 정정당당함의 꽃’으로 활짝 피리라는 것. ‘나는 누구다!’라고 말하는 순간마다 ‘너 자신을 알라’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항상 깔끔한 기분을 유지해주는 나만의 코딩, 이를 확인하는 명쾌함에 의해서도 가능하리라.

나든 나와 같은 아바타든 지금도 무엇인가 결정해야 하는바, 그 내가 펼치는 자연스러운 행동, 그렇게 그 나를 드러내는 느낌이 나도 모르게 주위를 웃게 할 것이다. 내게서 어떤 느낌이 나더라도, 또 어떤 문제에 맞부딪히더라도, 그것은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의 어느 것으로 해결하면 돼’라며, 그 내 얼굴 보듯 대하면 해결될 것이다. 내가 모르는 먼 미래의 그 어떤 문제도, 정말 잘 해결될까? 그렇다, 해결될 것이다. 시대가 흐를수록, ‘코딩능력지수’는 행복의 또 다른 기준이 될 수 있을 테니. 국가 신용 등급 평가 요소의 하나일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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