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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록체인을 넘어 불혹체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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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록체인을 넘어 불혹체인으로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1.11.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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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욱태 블록웨어 대표

자진사퇴를 거부하던 여름이 압수수색하듯 들이 닥친 계절성 강우에, 기록적인 폭염 및 불쾌지수 트랜잭션들을 “2021년 여름 블록”에 기록 후 퇴진하고, 낙하산 인사처럼 가을이 소환되었다. 초겨울 아침처럼 급락한 기온과 일교차 메소드가 가을의 등장에 수군대는 여름 잔당들을 몰아내는 수단으로는 깔끔히 작용했지만 한편으로 애먼 출퇴근-등하굣길 트래픽 혼란과 네트워크 부하(load)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멸의 “자연 순리”라는 메인 넷에도 버그들이 돌출하는데, 하물며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라는 굴레 속에는 조악한 오류가 얼마나 많이 넘쳐 날까?

“2021년 가을 블록”의 도입부는, Big 4 거래소 外 고객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못한 나머지 거래소들이 원화 마켓을 낙엽처럼 떨구는 이벤트로 트랜잭션을 시작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불법 영업 상태에 몰린 수십 여 가상자산 서비스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필수요건인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신청을 하고도, 인증기관인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와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인증심사 지연으로 9월24일 시한을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자는 통상적인 신청 기한 룰에 따라 인증 수검희망일 6~8주 이전 일자에 인증신청을 접수했는데, 갑자기 인증기관 또는 수검 사업체 內 코로나 이슈 발생으로 인해 심사진행이 보류되고 말았다. 이슈가 해소된 후에는, 선순위 업체들을 순차 처리하느라, 예정대로라면 9월초 이전에 심사가 진행되어야 할 수검 일정을 9월24일 이후로 미루겠다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해당 업체들은 당국이 정한 신고 기한을 초과하게 되었지만, 미리 시한의 여유를 두고 심사신청을 접수했고 일정 지연이 업체 사정이 아닌 코로나 사유와 심사기관의 사정으로 인한 것이었기에, 9월24일 시한이 이들에게는 예외 처리될 것이라고 당연히 확신했을 것이다. 심지어 어느 업체는 (당초 일정보다 연기된) 11월초로 예정된 본 심사를 하기 前 사전 절차로서, 해당 심사기관으로부터 예비심사 수검까지 하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던 10월4주차 즈음 심사기관이 갑자기 해당 업체로 연락하여 황당한 처분을 통보했다. ISMS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협의를 했는데, 9월24일까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치지 못한 업체는 현시점(10월 4주차)에 불법 상태이고 불법 사업체에 대한 ISMS 심사는 불가하다는 통보였다. 더 나아가서 업체 스스로 ISMS 인증심사포기 신청서에 서명해서 심사기관으로 송부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이러한 ‘코미디’는 ISMS 인증 주무부처 과기부와 가상자산사업자 관리 주무부처 FIU(금융정보분석원) 부처의 규제 법령들이 상호 접점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SW개발 과정의 표현을 빌리자면, 코딩된 프로그램들이 단위테스트는 통과했는데, 프로젝트 전체 통합테스트에서 프로그램간 인터페이스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즉, 이번 사례처럼 ISMS 인증심사 과정 진행에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예외 프로세스를 밟을 수 있도록 규제 Exception 처리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코딩에서 Exception 처리는 해당 프로그램이 비정상 종료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프로그래머는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이다.

또한 신고 기한이었던 9월24일 이후 한달이 지난 10월4주차까지도 업비트와 코빗 2개 거래소 신고만 수리하고 빗썸 및 코인원조차도 홀딩 하고 있는 상황은, 규제 당국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바라보는 부정적 관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뉴욕증시에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고 주요 연기금들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투자 포트폴리오로 포함시키는 상황이지만, 우리의 금융 감독기관이나 주무 부처들은 블록체인을 새로운 성장 산업이나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동력으로 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금융권 메인 스트림에 끼워 주는 것은 싫고 반발은 부담되니 마지못해 별책 부록 정도로 끼워주는 대상으로 치부된다. 암호화폐 시장에 큰 자금이 움직이니 세수를 위한 과세는 하되, 정작 자산으로서 명확한 지위 부여나 금융 플랫폼 참여자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생태계의 과실은 누리면서 필요한 수고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기한을 못박은 것도 기이하다. 기한 이후에 새로이 창업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아예 신고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닌가! 1천년에 한 번 꽃 피운다는 불교의 우담화나 바라보며 道나 닦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국민의 공복으로서 정부 당국자가 가상자산사업을 대하는 확증편향적 처사가 그저 어이없을 뿐이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 블록체인 생태계의 주체들도 自省이 필요하다.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로드맵도 없이 다단계 코인판매를 통한 먹튀, 폰지 사기 등을 도모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black chain 독버섯이 없도록 자체의 정화시스템을 구축하고, 편견과 불신으로 덧칠되어 있는 장벽을 반드시 허물어야만 한다. 

껍질을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外力으로 깨어지면 계란 후라이가 된다는 비유처럼, 블록체인의 미래가 그저 기존 핀테크의 끼워팔기 부록 정도인  ‘부록체인’으로 폄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마흔살에 세상에 미혹되지 않았다(不惑)는 공자의 고백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의 위상이 세상의 편견에 미혹되지 않는 불혹체인으로 굳건히 서기를 희망한다. 

info@blockchai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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