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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생을 낭비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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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생을 낭비한 죄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1.09.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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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욱태 블록웨어 대표

1973년作 영화 ‘빠삐용’에서 故 스티브맥퀸이 주연으로 열연한 빠삐용은 살인죄 누명을 쓰고 평생을 머나먼 열대 지방의 감옥에서 갇혀 있을 운명이었다. 그러나 1차 탈옥 시도 실패로 再 수감된 지옥 같은 독방에서 2년을 버티며 결코 자유를 향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독방 수감 중에 겪은 꿈속의 재판 때문이었다. 꿈속에서 배심원들은 그에게 “살인 혐의는 무죄이나, 인생을 낭비한 죄는 유죄”라 하며 사형을 선고한다.

1973년 개봉 당시 영화를 보지 못하고 십 수 년 뒤 ‘명화극장’인지 ‘토요명화’인지 TV 재방영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처음 접하고, 졸업 이후의 인생 항로를 잡지 못하며 헤매고 있던 필자는 큰 울림을 받았다. 인생을 낭비한다는 것이 결국 자신을 죽이는 인격살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메시지로 다가왔던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다소 의도적인 誤譯(원문: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으로 광고에 인용되어 널리 알려진 ‘조지 버나드 쇼’ 묘지 비문과 함께, 유한한 시간과 기다려 주지 않는 기회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질 때 늘 되새겨지는 名 장면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하는 원인이 우물쭈물하는 결정 장애의 창업자나 제반 역량이 충분치 못한 해당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토대가 되는 제도 규범의 미비와 이를 방치하는 당국의 미필적 고의에 의해 “法人生을 낭비한 죄”를 범한다면 이것은 누구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인가?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생태계의 기존 경제계 편입에 가장 큰 걸림돌로서 자금 출처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범죄 연루 자금이 암호화폐로 세탁되거나 불법행위 거래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규제 sandbox를 통해 상황과 범위를 특정하면 그 우려는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착한 규제’다.

필자는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까지 2020 夏季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도쿄에, 당사의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결제플랫폼 영업을 위해 10여차례 출장을 다녔다. 지인의 도움으로 일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3명(자민당 2, 민주당 1)을 소개받고 그 보좌관들과 4~5차례 미팅을 가진 바 있다.

당시에 일본 당국도 대한민국 이상으로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심하게 하고 특히 총리를 역임하기도 했고 강경 혐한파로 알려진 ‘아소다로’ 재무대신 겸 부총리는 극도의 암호화폐 규제론者로 악명이 높은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당시 아베 총리 내각은 도쿄올림픽의 첨단 운영 홍보를 위한 agenda에 목말라 있을 때라 당사의 암호화폐 플랫폼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당사의 제안은, 올림픽 운영기간에 한시적이라도 해외관광객의 일본 국적 항공사(JAL, ANA)의 발권 결제와 호텔 숙박료 결제에 암호화폐 실시간 결제를 허용하자는 것이었다. 항공권이나 호텔 투숙에는 반드시 여권을 통한 신원 인증이 필수이므로 결제 수단인 암호화폐 출처에 대한 리스크가 없는 것이고, 해외유입 관광객 입장에서는 자국 화폐를 엔화로 환전하고 또 출국 시에 자국화폐로 逆 환전하는 번거로움과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일본의 핀테크 역량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득하였다. 한 두차례 미팅에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의원 보좌관도 당사 결제플랫폼의 기술 구조와 POC 결과, 국내 및 국제 특허 출원 상황들을 검토한 뒤, 다가온 일본 참의원 선거일정(2019.7.21)을 마친 후 8월 초에 다시 협의하기로 하고 6월말에 귀국하였다. 

이후 상황은 알려진 바와 같이, 7월에 들어서며 일본 전범기업들의 대한민국 內 자산 동결 및 환수 조치 판결과 이에 대응한 일본의 수출품목 규제 등에 따른 한일 관계 급랭으로 약속된 회의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었다. 결국 결과는 실패했지만, 회의 과정에서 보여준 상대 측의 반응과 그려 나가던 예정 로드맵을 평가하면 성공적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아쉬움이 남는 도전이었다. 실패의 결과를 만든 환경(한일 관계 악화)이 변하면 성공적으로 진행된 과정들이 결과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규제와 제도는 산업 전반의 건강한 생태계를 보호하고 사업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해야 하는데, 주무 부처와 담당자의 안위와 자리 보존을 전제로 시작하면 단지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뿐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후속 규제들이 계속 덧붙여져 기업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정을 좌절케 하며 우회적인 편법과 탈법을 부추기게 만들게 되어 이로 인한 규제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으로 생태계를 몰고 가는 것이다.

‘프로는 끌고가지만 포로는 끌려간다’는 얘기처럼 규제 당국은 우물쭈물하며 관련 기업과 산업발전의 기회를 시간의 포로로 만들지 않도록 상황을 주도하며 게임 메이커로서 기업을 리드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녕 한여름 밤의 꿈인가?

K-pop이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고 음식, 게임, 방송 컨텐츠 등 다방면의 K-culture아이템들이 세계 문화계의 주도적 이슈로 발돋움한 것은 한국인의 창의적 자질에 더하여 당국의 규제가 최소화된 덕분이라는 웃픈 얘기가 있다. 

4차산업혁명과 맞닿은 IT기술 국면의 전환 시기에 우리의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생태계를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블록체인 발전 역량을 망친 죄’로 인해 유죄평결을 받지 않고 K-BlockChain을 G-BlockChain으로 키워 낸 바탕이 되는 당국과 제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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