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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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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트에 대한 단상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1.05.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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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암호화폐연구센터 센터장

국내의 대기업 총수에게 필자가 NFT에 대해 설명하며 참석자들과 토론하는 자리가 주어졌다. 미술관 관장, 미술품 경매회사 대표, 사진작가, 미술작가, 경영학 교수,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자리한 모임이었다.

비플 작품이 6934만 달러에 낙찰된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건 필자가 답할 내용이 아니고 작품을 산 구매자의 몫이다. 구매자는 싱가포르에 사는 암호화폐 고래로 알려졌다.

2월 25일 100달러로 시작한 입찰은 3월 10일 밤에 1325만 달러로 뛰었고, 다음 날 1500만 달러를 넘었다. 입찰에는 모두 33명이 참여했으며 모두 353번의 입찰이 이루어졌다. 입찰이 늘 그렇듯이 마지막 15분 동안 가격이 크게 뛰어올라 중계수수료 9백만 달러를 포함한 낙찰가가 정해졌다.

가격을 모를 때 흔히 하는 적정한 가격탐색 행위가 바로 경매제도이다. 경매에서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누가 뭐래도 그 가격이 합당한 가격이다. 그 가격이 거품일 수도 있고 참 가격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가격으로 낙찰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NFT는 작품의 유일성(uniqueness)을 증명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그런데 디지털 아트 작품 하나를 여러 번 파는 오픈 에디션에 대해 필자가 설명하자 좌중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예를 들어, 니프티 게이트웨이 등에서 낮은 희망가격을 써서 작품을 공개하고 15분간만 판매하는 오픈 에디션 세션이 있다. 그 시간 이후로는 그 작품이 판매되지 않는다.

희망가격이 300달러인데 4,000개가 팔리면 기본적으로 120만 달러어치가 된다. 그런데 대개 희망가격 이상으로 팔리므로 더 큰 판매수익이 생긴다. 비플처럼 작품을 하나만 비싼 가격에 파는 방식도 있지만 NFT 시장에 다양한 경매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물론, 오픈 에디션에서 희망가격에 작품이 하나도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

NFT로 인해 디지털 아트 시장이 활성화되자 디지털 아트 작가들에게는 큰 희망이 생겼다. 디지털 아트는 모든 디지털 상품처럼 CTRL-C, CTRL-V로 무한히 복제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런데 NFT가 등장함에 따라 작품의 유일성만 입증하고도 원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NFT의 출현 이전에도 예술의 축이 아날로그 예술과 디지털 예술의 두 줄기로 분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NFT가 출현한 이후로 후자의 존재 가치가 더 명확해졌다. 특히, 메타버스가 보편화 되면서 그 디지털 공간에 디지털 아트 작품을 전시하는 게 쉬워졌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전통적인 아트 경매기관이 NFT 시장에 가세한 것이 디지털 아트 시장의 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 이미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유명한 스포츠 스타의 디지털 카드를 사고팔았다. 디지털 기념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예술 작품으로 그 외연이 확장되면서 시장이 더 커졌다.

그러면서 디지털 아트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너나없이 NFT를 외치지만 이 시장은 맹아기 단계에 있다. 이론도 없고 표준도 없으며 그저 센세이셔널한 뉴스와 소문만 넘쳐날 뿐이다. 그래서 차분히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첫째, 디지털 아트 플랫폼이 필요하다. 어차피 21세기는 디지털 플랫폼의 시대인지라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으로서의 공급자들과 수요자들의 접촉점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니프티 게이트웨이나 수퍼레어 같은 디지털 아트 플랫폼이 필요했다.

둘째, 아날로그 예술은 수천 년 역사를 통해 최적의 전시, 공연, 유통의 방법을 찾아냈다. 그런데 디지털 아트는 아날로그 예술에 파묻혀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예를 들어, 백남준 선생의 디지털 아트가 아날로그 예술처럼 취급되고 있다. 그 작품의 디스플레이 장치는 이제 구하기 힘든 아날로그 TV인지라 그걸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재현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아트는 JPEG이나 MPEG 파일로 존재한다. 작가는 파일을 만드는 일에만 치중함으로써 작가의 영역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 물론, 그 작업도 작각에게 벅찰 수 있다. 그렇지만, 작가들은 끊임없이 엔지니어나 다른 조력자들과 협력해서 작품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순식간에 바뀌므로 그 추세에 맞추어 표현방법을 개발해야 하고 최적의 전시나 공연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 아트는 날로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한다. 낡은 디지털 기술은 시장에서 금새 사라진다. 그래서 예술 교육도 디지털 환경에 맞게 변화되어야 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수용해야 한다. 디지털 아트에 적합한 교재를 개발하고 합리적인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좋은 작가를 양성하고 발굴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국경은 무의미하다. 제페토의 이용자가 지난 해에 1억 명을 넘었고, 금년 초에 2억 명을 돌파했다. 가입자의 90%가 외국인이고, 80%가 10대라고 한다. 플랫폼 역시 국경이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유망한 작가를 선발하고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미리 준비한 자에게 공이 돌아간다. 누구나 다 동일한 출발 선상에 있다. 다만, 안목과 열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리 준비한 자들은 지금 특수를 누리며 고속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NFT가 중요한 게 아니고, 본질인 디지털 아트가 중요하다는 점에 우리 모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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