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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삶 안에서의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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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삶 안에서의 AI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1.02.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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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크립토밸리랩 대표
블록체인공화국(ROB-RepublicOfBlockchain)⑤

◆이루다와 CES 2021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이루다’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리고 코로나-19가 만든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필자는 우리의 일상 삶 안에서의 AI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특히, 이전의 CES와는 다르게 비대면 온라인 형태로 진행된 금년 CES 2021에서 AI 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경우는 적었으나, 5G, IoT, Mobility, Smart City, Smart Home, 디지털 헬쓰, 자율주행 등 우리의 일상 삶에 밀접한 핵심 주제에는 모두 AI가 전제되어 있었다.

이루다는 스캐터랩에서 개발한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 기반의 인공지능 챗봇인데, 2020년 6월부터 약 6개월의 베타서비스를 거쳐 12월 출시한 직후 엄청난 인기를 얻던 중, 성소수자 혐오, 성희롱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20대 여성을 컨셉으로 만들어진 이루다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제법 인간과 유사성을 보였다. 결국 지난 1월 12일 운영을 중단한 스캐터랩이 1월 13일,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들의 카톡 데이터 1700건이 외부에 유출됐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어린아이가 자랄 때 편식이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것처럼, AI에 먹여주는 ‘편식성’ 데이터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 데이터만으로는 한 인간의 일상 삶을 유사성있게 표현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편식성’ 데이터인 셈이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가 부족한 점과 있더라도 잘 활용되고 있지 못한 점을 필자는 이번 이루다 사태의 큰 원인으로 본다.

◆지식과 지능

전통적 개념에서 정보의 계층구조는 DIKW 피라미드로 표현한다.  이 피라미드는 밑으로부터 데이터(Data), 정보(Information), 지식(Knowledge), 지혜(Wisdom)로 도식화된다. 데이터는 가공하기 전의 순수한 수치나 기호와 같은 객관적 사실이고, 이것이 가공 처리되어 연관관계로 이해되면 정보가 되고, 정보가 상호 연결되어 패턴으로 이해되고 이를 토대로 개인 경험도 결합하여 예측한 결과물은 지식이 된다. 지혜는 지식의 축적과 아이디어가 결합된 창의적 산물로서, 근본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도출되는 창의적 아이디어라고 DIKW 피라미드는 정의한다.  여기에서의 Wisdom은 Intelligence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데, 이것은 지혜라기보다 ‘지능’이다. Intelligence를 ‘지성’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지성(Intellect)이 지혜에 더 가까운 표현이라 하겠다.

‘로봇시대, 인간의 일’의 작가 구본권은 인류 문명이 세 차례의 커다란 지식 구조의 변화를 겪었고, 그때마다 지식을 만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잘 설명한다. 문자의 발명으로 암송과 구전 대신 기록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져, 구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없이 정확한 상태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지식을 유통하고 전승할 수 있게 되었다. 이어 인쇄술의 발명은 지식의 확산 범위와 속도를 확대시켰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지적 추구와 지식의 축적이 활발해져, 암기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고 방대한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새로운 지적 능력을 요구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로 시작된 세 번째 변화는 인류가 지식과 만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망각과 기억의 구조는 역전되었고 늘 휴대하는 ‘외장 두뇌’에 기억을 의존하고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지식을 활용하는 새로운 지식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구 작가는 설명한다.

지식은 흔히 관찰과 실험 등을 통해 사물과 현상 간의 인과관계를 밝힘으로 얻어지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사유능력과 호기심일 것이다. 이러한 인과적 연관성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직관적 욕구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알고리즘적 성격이 있어서 기계도 흉내낼 수가 있다. 즉, 인공지능도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시대를 변화의 관점에서 ‘기하급수 시대(Exponential Age)’라고도 한다. 무엇이 이 기하급수 시대를 만들고 있을까? 그것은 영역파괴적 혁신과 융합을 가져오는 기하급수 기술과 그것에 의해서 점점 한계비용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술이 디지털화 되면 ‘6D 기하급수 프레임웍’에 진입하는 기하급수 기술이 된다. AI 등 이 시대의 대부분 기술은 디지털화 되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디지털화될 수 없는 많은 물질적 영역과 아날로그적 영역을 품고 있어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할 수 없다. 기하급수적인 변화와 인간의 변화 사이의 괴리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제도와 문화 같은 사회적 변화 속도도 마찬가지여서, 기하급수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화 지체(cultural Lag)’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나아가면 인간 사회에 갈등이 더 커지고 심지어 ‘종의 분리’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지혜가 함께하는 세상

인공지능은 이제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되어, 이것이 어느 단계를 넘으면 ‘지능 폭발’로 이어지는데, ‘지능’적인 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을 초월해버릴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약해짐으로 강해지고, 결핍과 고통을 벗어나려는 절박함에서 유연성, 창의성, 포용성이 커지는 면도 존재한다. 지능과는 다른 이러한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효율성의 영역에 있다면 인간의 지혜는 가치와 방향성의 영역이다. 지능과 지혜는 대처능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지혜는 항상 인생과 상황 및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과 견해를 제공한다. 사전적으로 보면, 지능은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에 부딪혀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지적 활동의 능력”이고, 지혜는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이다.  ‘슈퍼제널리스트’의 저자 다카시 히로시는 ‘지능’이란 ‘답이 정해져 있은 물음’에 대해 재빨리 정확한 답을 내놓는 능력이지만, ‘지성’이란 ‘이미 정해진 답이 없는 물음’에 대해 그 물음을 계속 되묻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러한 지성이 ‘인간지혜’에 더 가까운 설명이다. 미국의 저술가 캐빈 켈리도 ‘기계(인공지능)은 답을 하기 위해 존재하고, 인간은 질문을 하기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인간은 질문을 통한 내적 탐구로 더 지혜를 얻는 것 같다. 지혜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경지이고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행복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결정과 선택을 안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에게는 도구이다.  도구는 선하게도 악하게도 쓰일 수 있는데, 그 도구에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손잡이는 있어야 함이 그래서 중요하다.  필자는 그 손잡이가 인공지능이 어린 시절인 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해야한다고 본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인공지능이 측은지심, 효, 공경, 희생, 헌신, 불확실성의 포용, 고통의 신비, 겸손의 가치 등을 존중할 줄 안다면 인공지능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서 인류와 공존하며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인공지능이 관상기도나 수행으로 깨달음의 지혜를 얻기보다, 그러한 지혜를 갖고 있고 또 추구하는 인류 스승들에게 손잡이를 내어주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본다.

그러면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지혜를 공경할 수 있게하는 그 손잡이를 어떻게 형성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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